“교육감은 김석준”, “하윤수 교육이 정상교육”.
5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지하철 1호선 범내골역 부근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예비 후보 사무실과 부산진구 부전동 지하철 1호선 부전역 인근 하윤수 예비 후보 사무실 외벽엔 이런 글귀의 큰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김 후보는 바탕이나 글자 등에 ‘파란색’을, 하 후보는 ‘빨간색’을 많이 썼다.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부산시교육감 선거엔 현직인 김 후보와 한국교총 회장 출신인 하 후보 등 단 2명이 맞대결을 펼친다. 지역에선 ‘진보 대 보수, 보수 대 진보 간 대결 구도’로도 표현한다. 부산시교육감 선거에서 이처럼 대립각이 뚜렷하기는 2007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지난 선거들에선 2007년 5명, 2010년 9명, 2014년 7명, 2018년 4명 등 다수의 후보가 격돌했다. 현 김석준 교육감은 2014년과 2018년 보수 후보 난립 속에 유일한 진보 후보로 나서 낙승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 판세를 두고 지역에선 “종전과 다른 양상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대일, 양자 대결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같으면서 많이 다르다. 둘 다 교수 출신이지만 걸어온 길은 차이가 있다. 김 후보는 부산대 교수로 있으면서 1989년 전교조 창립 당시 최초 가입한 교수 64명 중 1명이었고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위원장·진보신당 대표 등을 지냈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캠프 부산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2014년 당선 이후 내리 2번 부산시교육감을 지냈다.
하 후보는 부산교대 교수로 재직하다 부산교대 총장을 했고, 한국교총 36·37대 회장을 지냈다. 그는 전국교원양성대학교 총장협의회장, 교육부 초등교원양성대학교 발전위원장,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 교육분과 자문위원, 대한체육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양측은 ‘진보 대 보수’란 구도를 드러내 놓고 표출하길 꺼린다. 김 후보 측은 “교육에는 진보도 없고 보수도 없다. 오직 좋은 교육을 위한 비전과 정책, 헌신만이 요구될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 후보 측도 ‘중도 보수 후보’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 후보 측은 파랑 계통의 색을, 하 후보 측은 빨강 계통의 색을 많이 쓴다. 파랑은 더불어민주당, 빨강은 국민의힘 상징색이다. 지난 4일 김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엔 변성완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 등 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적지 않게 참석했다. 하 후보 측도 국민의힘 소속인 김석조 전 부산시의회 의장에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겼다.
양측은 서로 상대를 진보, 보수로 공격하기도 한다. 김 후보 측은 “상대 후보가 아직도 보수니 진보니 낡은 프레임을 짜고 색깔 논쟁을 일삼고 있다”고 공격했다. 하 후보 측은 “김 후보가 이념 중심 노동·인권·민주 교육을 강요해 인성 교육을 무너뜨렸다. 작년 6월 김 후보가 소셜미디어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는 글을 올린 것도 자신의 이념성을 드러낸 것으로 아이들 교육에 해롭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14일과 지난달 25일 각각 예비 후보로 등록한 하 후보와 김 후보는 ‘공식 선거 운동 개시’ 전부터 뜨거운 장외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김 후보는 “지난 8년간 실력 있고 든든한 교육감이라는 것이 검증됐다”며 “아이들이 재능과 적성에 따라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교육이 희망이 되는 부산’ ‘학부모님들의 걱정이 없는 부산’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3위(2016년), 청소년 역량지수 1위(2018년) 등을 그동안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하 후보는 “김 교육감 재임 시절, 획일적 ‘평둔화(平鈍化·하향 평준화라는 뜻)’ 교육, 학력 깜깜이 정책으로 부산 아이들의 학력과 지역의 미래 경쟁력을 저하시켰다”며 “동·서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기초학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최근 두 후보 측은 지지 선언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 후보 측은 지역 교육계 원로와 학부모, 한국노총 대표자 등이 지지를 선언했다고 발표했고, 하 후보 측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장애인단체 회원 등이 지지 선언을 했다고 밝혔다.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하 후보 측은 지난 2일 “김 후보 측이 부산교육청 직원 업무포털에 김 후보 출마선언 언론보도를 게시토록 하는 등 교육청을 선거 사조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선관위에 고발했다. 이에 김 후보 측은 “무고로 고발하겠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