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인천시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문제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 “전교조가 인천 교육을 망쳤다”며 공격을 펼치자 진보 진영은 “문제는 전교조가 아니라 경쟁 교육의 폐단”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진영은 당초 4명의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 중 3명의 후보는 단일화를 했다. 최계운 인천대 명예교수, 이대형 인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박승란 전 인천 숭의초 교장 등 3명은 ‘인천 범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 주도로 경선을 해 최 후보로 단일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허훈 전 인천하이텍고교 교장은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그래픽=송윤혜

진보 진영에서는 전교조 인천지부장 출신인 도성훈 현 교육감이 재선에 도전한다. 다른 진보 성향 인사들은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포기해 사실상 단일화를 이룬 모양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으로 인천시의원에 당선됐던 서정호 전 민주당 인천시당 부대변인이 중도 후보를 표방하고 출사표를 던졌다. 인천 교육계에서는 사실상 보수 2명, 진보 2명 대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계운 후보는 지난 3일 이대형·박승란 전 예비후보와 함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하고 전교조 때리기에 나섰다. 최 후보는 “이번에 교육감을 바꾸지 못하면 전교조로 망가진 인천 교육은 더 이상 미래를 찾을 수 없는 불행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대형·박승란 (전) 후보와 힘을 합쳐 망가진 인천 교육을 반드시 되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형 전 예비후보도 “최계운 후보를 도와 전교조에 빼앗긴 인천 학생들을 되찾아 오겠다”고 했다.

최 후보는 5일 본지 통화에서도 전교조로 인한 폐해를 주장했다. 그는 “전교조 출신인 6명의 도성훈 교육감 보좌관들이 국·과장 위에 군림하며 교육청의 정상적 행정 체계를 망가뜨렸다”며 “전교조 출신 인사들을 뽑기 위한 위인설관 행태가 만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교조 교육의 가장 큰 병폐는 학력 부진 문제”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50개 진보 성향 단체들이 공동 성명을 내고 최 후보의 주장을 반박했다. 도성훈 후보를 지지하는 전교조 인천지부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성명서에서 “최계운 후보의 공약에는 미래 교육에 대한 비전 및 현장의 문제에 대한 이해와 해결 의지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전교조에 대한 악의적 선전만으로 가득하다”며 “최 후보는 전교조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을 중단하라”고 했다. 이 단체들은 또 “우리나라 학교의 가장 큰 폐해는 전교조가 아니라 경쟁 교육의 폐단과 학교장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제왕적으로 운영되는 학교 제도”라고 주장했다.

도성훈 후보 측은 5일 “최 후보의 전교조 비판에 대한 도 후보의 입장은 시민단체와 같다”며 “교육 정책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전교조에 대한 최 후보의 비방에 직접 대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역대 인천시 민선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 진영이 한 차례, 진보 진영이 두 차례 승리했다. 2010년 선거에서는 보수 성향인 나근형 전 교육감이 전교조 지부장 출신인 이청연 후보를 0.35%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청연 후보는 4년 뒤인 2014년 선거에서 31.89%를 얻어 보수 성향의 이본수 후보(27.31%)를 제쳤다. 2018년 선거에서도 진보 진영 도성훈 현 교육감이 보수 성향의 고승의 전 덕신고 교장을 이겼다.

이번 선거는 보수 진영 후보 2명과 범진보 진영 후보 2명 등 4파전 구도로 진행돼 어느 쪽이 이길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KBS가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도성훈 후보 14.3%, 최계운 후보 8.6%로 나타났다. 허훈 후보는 3.8%, 서정호 후보는 2.4%였다. 이번 조사는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인천시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실시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도 후보 측은 “우세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고, 최 후보 측은 “단일화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뒤집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