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제주도교육감 선거 보수 단일화에 나섰던 후보가 ‘0.5%p’ 차이로 패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불복하면서 3파전으로 구도가 짜였다. 당초 보수 성향 후보 2명이 단일화하기로 해 보수·진보 ‘일대일’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후보 등록 직전 보수 후보 간 단일화 합의가 파기되면서 선거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번 제주도교육감 선거에는 전교조 제주지부장 출신으로 진보 성향의 현 교육감 이석문(63) 후보가 ‘3선 도전’에 나섰다. 여기에 보수 진영에서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출신 고창근(72) 후보와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출신인 김광수(70) 후보가 도전장을 던졌다.

고창근 후보와 김광수 후보는 지난달 진보 성향 후보에게 맞서 이기려면 보수 진영이 단일화해 선거를 치러야 승산이 있다고 공감했다. 이에 두 후보는 언론사가 실시해 발표하는 2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이기는 사람이 단일 후보가 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제주일보·제주의소리·제주MBC·제주CBS 등 언론 4사가 발표한 여론조사와 KBS제주가 발표한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김광수 후보가 고창근 후보를 0.5%p 앞서면서 단일 후보로 결정됐다.

이 결과가 나온 뒤 고창근 후보는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하다, 지난 6일 김광수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단일화 결과를 수용했다. 하지만 고창근 후보는 나흘 만인 지난 10일 돌연 태도를 바꿔 ‘단일화 합의’를 파기했다. 고 후보는 당시 “많은 고민 끝에 후보 단일화 수용 의사를 철회한다”고 했다. 이에 김 후보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행동은 모든 교육자를 욕보이는 행태”라고 공격했다. 보수 단일화 합의가 깨지면서 진보 후보 1명에 보수 후보 2명의 대결 구도로 진행돼 보수 성향 표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석문 후보가 교육감 재직 당시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선거 초반 쟁점이 되고 있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란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초·중등학교 교사 경력 15년 이상이면 교장에 지원할 수 있는 교장 공모제도를 말한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제주 지역 학교 18곳에서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선발됐다. 이 중 5명이 평교사 출신이다.

이석문 후보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는 학교라는 교육 현장의 리더십 혁신을 위해 필요하다”며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통해 교장으로 임용할 수 있는 평교사 비율을 현재 20%에서 30%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보수 성향 후보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고창근 후보는 “교장 공모제 자체는 나쁜 제도는 아니지만 도입 이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그동안 선발 투명성 논란과 특정 집단의 코드 인사, 보은 인사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돼 온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광수 후보도 “무자격자를 교장으로 임용하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는 오지 학교나 기술 전문 교육자가 필요한 특성화 학교 등에 한정해야 한다”며 “전교조 출신 교사들의 승진 경로로 이용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세 후보는 공약 경쟁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교육청과 제주도청, 제주도의회가 중심이 된 ‘일상 및 교육 회복을 위한 상설협의체’ 설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놓았다. 고 후보는 기초·기본학력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고, 제주외고를 외국어 특화학교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학력 진단 등을 통한 학력 격차 해소, 국제청소년교류센터 설립, 예술고·체육고 신설 등을 공약했다.

제주도교육감은 직전 2018년 선거와 2014년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이석문 현 교육감이 당선됐다. 2018년 선거에서는 이석문 교육감과 보수 성향인 김광수 후보의 일대일 대결이었는데, 이 후보가 51.2%를 얻어 김 후보(48.8%)를 이겼다. 2014년 선거 때는 보수 성향 후보가 여러 명 출마하면서 이석문 교육감이 33.2%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