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는 좋겠다! 노기태가 있어서!”, “젊은 강서, 전문 (김)형찬”
부산 신흥개발 1번지이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강서구의 수장을 노리는 선거는 영남 지역에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노기태(76) 후보와 국민의힘 김형찬(54)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나오면 강서구청장 선거만 6번째 도전하는 무소속 안병해(66) 후보가 복병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노 후보와 김 후보는 12일 공식 후보 등록을 마쳤다. 공식 선거 운동은 19일부터 시작된다. 안 예비후보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무소속이라 500명의 주민 추천을 받아야 해 13일 후보 등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옛 김해평야에 속하는 강서구는 대략 10여 년 전만 해도 부산의 대표적인 농촌 지역이었다. 그러다 개발 바람이 불어 명지신도시와 지사과학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5만~7만명이었던 인구가 계속 늘어나 2015년 10만명을 넘어섰다. 2021년 말 현재 14만7000명이다.
인구가 가장 적었던 지난 2006년 5만5000여 명에 비하면 인구가 거의 3배 가깝게 늘어난 셈이다. 1995년 이후 계속 인구가 줄고 있는 부산에선 특이한 사례다. 인구가 늘면서 인구 구성도 농촌의 고령층 중심에서 아파트 단지의 청·장년층 중심으로 변화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강서구 전체와 북구 일부 지역을 포함하는 ‘북·강서을’에 출마, 낙선했다. 이후 2002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때문에 민주당에선 ‘노통의 지역구’로 통한다.
강서구에선 요즘 에코델타시티, 연구개발특구, 국제복합물류단지, 가덕신공항 등 사업비만 각 6조~10여조원이 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들이 진행 혹은 추진 중이다. 그 때문에 노, 김 등 양강 후보들은 초반부터 ‘개발’을 키워드로 치열한 공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노 후보는 하단~녹산 간 전철 조기 개통, 가덕신공항 2029년 완공, 국내 최장(7.6㎞)이 될 신호동~가덕도 연대봉 간 케이블카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노 후보는 “지난 8년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으로 강서구 변화의 밑그림을 그렸다”며 “이런 흐름을 잘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하단~녹산 간 전철 지하화 조기 개통, 가덕신공항을 제대로 된 관문공항으로 적기 완공, 명지~신호~가덕도를 잇는 해상 워크웨이(해상 산책로) 조성 등을 주요 공약으로 삼고 있다. 김 후보는 “농촌 지역이던 강서구가 이젠 부산을 대표하는 신흥 개발지이자 부산의 미래를 이끌 선도지로 바뀌는 변곡점에 왔다”라며 “이제 위대한 강서시대를 열려면 보다 전문적 역량과 첨단적 안목을 가진 구청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6회 지방선거(2014년)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으로 당선됐고, 7회 지방선거(2018년)엔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재선했다. 부산지역 기초단체장 후보 중 유일하게 3선을 노리고 있다.
국회의원·부산시 정무부시장·부산항만공사 사장 등 오랜 기간 쌓은 다양한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노 후보는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한 ‘격이 다른 강서구청장’을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현직 프리미엄도 강점이다.
김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0일 이후 여당 후보가 됐다. 이 지역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중앙정부 등의 지원을 끌어내기 유리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기술고시 출신으로 건축주택국장·건설본부장·도시균형재생국장 등 부산시 도시 계획 및 건설 분야 국장을 두루 섭렵했다. 김 후보는 “금정구 부구청장도 지내 구정에 대한 경험과 감각도 남 못지않다”고 말했다.
무소속 안 후보는 2회 지방선거(1998년) 때 한나라당 소속으로 강서구청장으로 나섰다가 낙선한 뒤 4회(2006년)를 제외하고 5차례 출마했다. 3회(2002년) 때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됐다가 2년8개월 만에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사퇴했다. 때문에 4회는 걸렀고 5회(2010년)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번에 출마하면 총 6번째 도전이다.
노 후보가 4년 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48.8% 득표로 당선될 수 있었던 건 당시 보수층 유권자가 자유한국당 후보(31.5%)와 무소속 안 후보(19.7%)로 나뉘었기 때문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 때문에 지역 정가에선 안 후보의 득표율이 이번 선거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낙동강 둔치 애견동산 조성, 가덕도 노인복지센터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