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9일 오전 9시쯤 인천 계양구 임학동 네거리를 색깔 입힌 유세차들이 분주히 돌았다.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네거리 꺾어지는 곳에 나란히 서있었다. 두 건물은 도보 1분 거리도 안 됐다.

계양을은 2004년 지역구가 분구된 이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독주(獨走)하면서 접전지로 분류된 적이 없다. 하지만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보궐선거가 열리게 됐고, 민주당 후보로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후보가 나서면서 조명을 받고 있다. 부쩍 높아진 여론의 관심에 계양구 주민들은 “조용한 동네였는데 선거 때문에 이웃들끼리 얼굴 붉히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양손 엄지척 이재명 -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9일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에서 두 손을 위로 들어 올리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손님들 이야기 들어보면 이재명, 윤형선 누가 더 낫다는 소린 잘 안 하지. 그래도 송영길에게 서운하다는 말은 많이들 합디다. 여기서 국회의원을 다섯 번이나 시켜줬는데 ‘인제 서울사람 됐다’면서 인사도 안 하고 갔다고...”

임학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67)씨 얘기다. 그는 “유명한 사람(이재명)이 온 것도 나쁘지 않은데 같은 동네에서 여러 번 떨어진 후보(윤형선)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했다. 윤 후보는 2016·2020년 총선 당시 이 지역에 출마했지만 송 전 대표에게 연패(連敗)했다.

계양구에 거주하는 이한나(38·자영업)씨는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 만큼 이번 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에게 표를 주겠다고 했다. 이씨는 “계양이 청라와 가까운데, 거기가 (상권을) 다 가져가서 ‘핫’해졌지만 여기는 그대로”라며 “이 후보가 성남시 발전시킨 것을 보면 계양도 그렇게 될 거란 기대감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유권자인 임모(53)씨도 “이 후보가 대선후보까지 지낸 사람 아니냐. 추진력만큼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인천시에서 계양은 개발 열망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유권자들은 특히 “교통 인프라가 열악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출근 시간인 이날 오전 8시부터 인천 계양역 앞 광장에서 출정식을 열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돌아볼 여유 없이 역으로 곧장 뛰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구민이 많은 점을 감안해서 교통 문제는 확실히 책임질 것”이라며 “계양테크노벨리 사업 또한 성공시켜서 제2의 판교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계양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직장인 박모(29)씨는 “이 후보의 공약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그는 “당장 청라만 봐도 대기업 유치가 얼마나 힘든 일인데, 어떻게 테크노벨리 같은 걸 만들겠다는 건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지난 대선에서는 이 후보를 찍었지만, 거물 정치인이 오로지 ‘당선’만 노리고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걸 보고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2번’ 장갑 낀 윤형선 - 국민의힘 윤형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19일 인천 계양구 계산 전통 시장에서 기호 2번이 적힌 흰색 장갑을 끼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윤형선 후보는 유권자들의 이런 심리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선거 포스터 상단에도 “25년 대 25일”이라는 문구를 게재했다. 25년간 동네에서 병원을 운영한 자신과 계양에 온 지 25일 된 상대 후보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짠 것이다.

공약 또한 서울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직결과 같은 ‘지역 맞춤형’으로 준비했다. 윤 후보는 이날 인천 선대위 회의에서 “유권자들이 ‘이 후보가 이번 선거를 하기 전에 계양에서 대소변이라도 한번 본 적이 있느냐’고 한다”며 “저는 계양을 버리지도, 이용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인천 계양구는 수도권에서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이다. 공단이 밀집해서 노동자 인구가 많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상당수 거주한다. 지난 3월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과반인 52.31%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에 한 자리 수 격차(9.9%포인트)로 따라붙는 결과가 나오면서 지역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계양구 주민인 길모(30)씨는 “승패를 떠나서 예전 선거보다는 후보들 간의 격차가 좁혀질 것 같다”고 했다.

열세로 평가받는 윤 후보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 후보는 ‘무대응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정치적 체급이 떨어지는 상대와 총력전 펼치는 모습은 전체 선거 판세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