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진행된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의 최종 득표율 차이는 0.15%포인트, 불과 8913표에 불과했다. 두 사람의 박빙 상황은 밤새 이어졌다. 승부는 부천과 화성(동탄신도시 포함)의 사전투표함이 열리면서 결정됐다. 광명·시흥 등 수도권 서남부 벨트에서도 김동연 후보 지지세가 강했다. 결국 김동연 후보의 신승이었다.
◇개표 내내 접전…의정부·광주 등 사전투표함 뒤늦게 열자 김동연 표 몰려
투표가 끝난 1일 오후 7시 30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는 김은혜 후보의 오차 범위내 우세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 출구조사에서는 김은혜 후보(49.4%)가 김동연 당선인(48.8%)을 0.6%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JTBC 출구조사에서도 김은혜 후보(49.6%)가 김 당선인(48.5%)보다 우위를 보였다.
실제 개표 초반, 김은혜 후보가 우세를 보였다. 개표율 10%였던 오후 10시 20분 김은혜 후보의 득표율은 51.6%로 김 당선인(46.3%)보다 5%포인트 이상 앞섰다.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한 것은 2일 0시부터다. 줄곧 50% 이상을 기록하던 김은혜 후보의 득표율이 0시 43분쯤 40%대로 떨어졌다. 개표율이 40%에 다다른 시점이다. 개표율이 50%를 넘긴 오전 2시부터는 초박빙 승부였다.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는 1%포인트 안팎이었다. 이후 김 당선인이 서서히 격차를 좁혀나갔다.
하지만 용인·평택 등 김은혜 후보가 앞서는 지역의 개표가 많이 남아 있었다. 새벽 2시무렵까지도 온라인에서는 “남은 표가 지금까지의 지역별 득표 비율대로 나올 경우 김은혜의 7만표 차 승리”라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그러나 의정부·화성·광주 등에서 ‘사전투표함’이 뒤늦게 개표가 시작되면서 김 당선인이 상대적으로 힘을 받았다. 김 당선인은 의정부 사전투표에서 김은혜 후보보다 2000여표를 더 얻었고, 화성 사전투표에서는 1800여표를 앞섰다. 경기 광주 사전투표에서는 김 당선인이 김은혜 후보보다 1200여표를 더 얻었다. 마찬가지로 사전투표의 개표가 다소 늦었던 양평에서는 김은혜 후보가 950여표를 앞섰다.
이런 식으로 두 후보의 격차는 점점 줄어들어 개표율이 90% 넘긴 오전 4시 50분쯤에는 격차가 0.32%포인트에 불과했다. 두 후보 간 표차가 1만표 안팎으로 줄었고, 오전 5시를 넘기자 6000여표까지 좁혀졌다. 이후 실시간 득표수에서 엎치락뒤치락했으나, 김 당선인이 끝내 역전에 성공했다. 오전 5시 30분쯤, 개표가 96.6% 끝났을 때였다.
김 당선인은 승기를 놓치지 않고 김은혜 후보와 격차를 꾸준히 벌려나갔다. 김 당선인은 개표가 끝난 오전 10시, 8913표차로 경기지사 당선을 확정지었다.
◇김동연, 부천·화성 등 강세지역 수성…김은혜, ‘본진’ 성남서 밀려
김 당선인이 극적인 역전을 펼친 데에는 부천·광명·시흥 등 민주당 우세 지역인 수도권 서남부 벨트의 개표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느렸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당선인은 부천에서 18만2163표(53%)를 얻었다. 김은혜 후보(15만4942표·45%)보다 2만7221표 많다. 광명에서도 김 당선인이 7만2415표(52.4%)로 6만3270표(45.8%)에 그친 김은혜 후보를 9145표 차이로 앞섰다.
시흥은 김 당선인이 10만4762표(54.2%)를 얻어 8만4897표(43.9%)에 그친 김은혜 후보를 1만9865표 차이로 이겼다. 동탄신도시를 중심으로 3040 유권자 비중이 높은 화성의 경우 김 당선인이 17만3747표(52%)를 얻어 김은혜 후보(15만3636표·46%)와 2만111표 차이를 보였다.
김은혜 후보는 텃밭이었던 성남에서도 다소 열세를 보인 것이 패배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은혜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가 있던 성남 분당구에서는 56.4%(14만622표)의 지지를 얻어 41.8%(10만4254표)에 그친 김 당선인을 앞섰다. 하지만 수정구와 중원구에서는 김은혜 후보가 각각 46.99%와 44.83%의 지지를 얻어 김 당선인(각각 50.8%, 52.7%)에게 밀렸다.
◇與, 고양·군포선 市長 배출하고도 김동연에 밀려
고양, 군포 등 국민의힘 후보가 기초단체장 선거를 승리한 지역에서 김은혜 후보가 열세를 보인 것도 김은혜 후보에게는 아쉬운 점이었다. 국민의힘 이동환 후보가 52.14%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이재준 후보(44.9%)를 제치고 당선된 고양에서 김은혜 후보는 47.7%를 득표해 49.1%를 기록한 김 당선인에게 밀렸다.
군포에서도 김은혜 후보는 김 당선인에게 5.3%포인트 차이로 졌다. 진보 성향이 강한 것으로 꼽히는 이 지역은 시장선거에서는 하은호 국민의힘 후보가 50.4%를 얻어 한대희 더불어민주당 후보(49.6%)를 제치고 당선된 곳이다. 여당 안팎에서는 “공천에 이른바 윤심(尹心)이 개입된 탓에 이길 수 있는 선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