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전략공천을 통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당선되자 “상처뿐인 영광”이라며 비꼬았다. 이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이 의원은 2일 오전 페이스북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해당 글 아래 “이 말에 내 친구 이재명의 답이 있길 바란다”는 댓글도 남겼다.
이 의원은 지난달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이 위원장의 조기 등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현재 민주당에 이재명만한 스타는 없다”며 이 위원장 차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당이 전국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는 차출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2011년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손학규 대표를 차출했다. 그때 민주당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분당을 선거에서 승리했고, 이후 김병욱 의원이 두 번 당선되면서 민주당 수성지역으로 바뀌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6·1 지방선거가 끝나자 이 위원장을 향한 작심 발언을 내놓게 된 이유와 관련, “공천 원칙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올린 다른 글에서 “서울 지역구의 많은 국회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송영길 후보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지역구를 옮겼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 지역 주민에게 최소한 이해를 구하는 절차조차 생략되었고, 송영길 후보가 서울시민이 된 것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본인의 정치고향인 분당 갑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짐에도 이른바 ‘안전한 지역’을 찾아 계양을을 선택했다. 전략공천위원장이었던 나는 이 위원장의 당당한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과거 손학규 대표 등 험지에 출마해 선당후사를 보여줬던 민주당 정치지도자의 모습을 얘기했다”며 “열린선택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고 했다.
그는 “항간에서 얘기하듯 이재명 후보는 본인의 당선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고 계양으로 ‘도망’갔다. 경기지사 선거의 패배를 예고한 행위였다”며 “강성 지지자의 요구대로 비대위는 송 후보의 경선, 이 위원장의 단수 전략공천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양 을에 준비하던 후보가 있었음에도 왜 이재명 후보가 경선 없이 단수 전략공천 되었는가. 설명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양에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예측되는 것을 이유로 민주당은 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할 것인가? 그러기엔 너무 큰 패배 아닌가”라고 했다.
이 의원은 해당 글을 올린 이후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수많은 문자와 댓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의원의 글에는 이 위원장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이 “전략공천을 누가 해놓고 패배 책임을 떠넘기느냐” “공천 망친 책임지고 석고대죄하라” 등의 댓글을 남겼다. 그는 “많은 분들이 문자를 보내주셨다.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가 이원욱을 수박으로 보겠다는 것”이라며 “고마운 일이다. 진정 고맙다”고 했다. 수박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무늬만 민주당’, ‘배신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민주당은 지금 무더위의 여름철보다 훨씬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더위에 국민들이 수박을 찾듯이 이 순간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당에서 최소한의 발언이라도 하는 수박이 아닐까 한다”면서 “내가 민주당의 수박이 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