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명분 없이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 위원장을 겨냥해, 한 달 전 자신이 썼던 글을 다시 공유했다.
박 전 장관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몇몇 분들이 다시 읽게 된다며 보내주셔서 나도 다시 읽어본다. 그리고 민화를 다시 들여다본다. 조선시대 ‘고양이 탈을 쓴 호랑이’를 그린 민화의 주인공은 어떤 심정으로 호랑이 몸짓에 고양이 얼굴을 그렸을까”라며 지난달 7일 자신이 썼던 글을 공유했다.
박 전 장관은 당시 글에서 “명분과 실리를 놓고 정치권이 다시 시끄럽다. 계양과 분당에 대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훈제를 위한 연기는 살 속으로 소리 없이 파고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박지현(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에둘러 ‘민주당의 명분’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화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며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크게 품고 눈감아 주자’는 조언도 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다가올 미래가 너무 혼란스러워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애당심이라는 것에 기대보지만, 원칙과 공정이라는 가치 앞에 더 혼란스러워지는 마음이다”라며 “어찌보면 대한민국 각 분야 가운데 가장 고무줄 잣대를 지속하는 곳이 정치권이다. 특히 공천 시즌이 오면 더하다. 그 고질병은 반드시 혁신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다”라고 했다.
박 전 장관은 “어제 정치권에 있었던 두 사건은 그러한 공천 시즌의 연장선에 있다는 명쾌하지 못함을 남겼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이 언급한 두 사건은 민주당의 이 위원장 계양을 전략 공천 결정과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분당갑 출마 선언을 가리킨다. 당시 박 위원장은 이 위원장 공천 결정과 관련해 “성남 사수가 정치적 고향을 지키는 ‘이재명의 명분’이라면, 계양 차출은 지방선거 승리로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고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민주당의 명분’”이라고 했었다.
이어 박 전 장관은 “문득 민화에서 보았던 ‘고양이 탈을 쓴 호랑이’ 그림을 떠올리게 했다. 정치인들은 가면을 쓰고 사는 존재라고들 하지만, 한편으로 가장 진심과 본질이 중요한 사람들이기도 하다”며 “나는 ‘고양이 탈을 쓴 호랑이’보다 단원 김홍도의 ‘기백이 넘치는 호랑이’를 너무나 당연시 했나 보다”라고 햇다.
그는 “이 혼란의 시대에 김홍도의 호랑이를 닮은 ‘이 시대의 노무현’은 찾기 힘든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1일 이 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글을 올렸다. 박 전 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생당사(自生黨死),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 당생자사(黨生自死).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 정처 없이 걷는다”고 했다.
전략공천위원장을 맡았던 이원욱 의원은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고 했고,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도 “한 명 살고 다 죽었다. 험난한 역사 속에 부대끼며 생존해 온 민주당 70년을 돌아본다. 면피용 반성문, 진정성 없는 혁신에 국민은 식상하다. 쇄신은 책임 큰 사람들이 물러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5곳에서만 승리했다. 유권자들의 민심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으로 향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 방안을 논의한다. 당 지도부가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