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분당甲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가 당선됐다. 차기 대선 도전을 꿈꾸는 안 후보가 3선 고지에 오르며 원내에 진입하면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가 1일 밤 당선이 확실시되자 분당 선거사무소에서 관계자들로부터 꽃을 받아들고 환호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안 후보는 개표가 60.61% 진행된 2일 0시 30분 기준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후보를 득표율에서 64.21%(5만2298표) 대 35.78%(2만9150표)로 크게 앞섰다. 2년 전 치러진 21대 총선 때 분당갑 선거구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득표율은 50.06%였다. 당시 민주당 김병관 후보 득표율은 49.34%로 김은혜 후보와 0.72%포인트(1128표) 득표율 차 박빙 대결을 벌였다. 2년 만에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안 후보가 확실한 우위를 입증해 보인 셈이다.

안 후보는 1일 오후 11시쯤 당선이 확실해지자 아내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분당 야탑동 선거 사무소를 찾았다. 안 후보는 “이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여기 계신 모든 분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이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고 지지 기반을 중도까지 넓힐 수 있는 정당이 되도록 모든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저는 여당 의원이 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의정 활동을 제대로 잘하기 위해 의원실을 꾸리는 등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으냐”며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당을 이끌던 안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과 단일화했고 대선 승리 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4월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도 성사시켰다. 안 후보가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를 맡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그는 총리를 맡지 않겠다는 뜻을 윤 대통령에게 밝히고 당으로 돌아왔다. 원외(院外) 인사로서 국민의힘 안에서 기반을 다지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분당갑 보궐선거에서 기회를 잡으면서 도약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후보가 원내에 진입하게 되면서 차기 국민의힘 당권 도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안 후보는 인수위 해단식이 있었던 지난달 6일 분당갑 출마를 선언하며 “분당갑뿐 아니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의 선거 승리를 위해 제 몸을 던질 생각”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분당갑 지역을 넘어 수도권 전체를 돌며 지원 유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에 서울·경기·인천 지역 지원 유세만 46회 정도 했다”며 “사실상 수도권 선거대책위원장 역할을 겸했다”고 했다.

안 후보 당선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이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후보로는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직전 원내대표인 김기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또 안 후보가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다른 차기 대선 주자급 인사들의 정치적 발걸음이 빨라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안 후보 측 인사는 통화에서 “인수위를 이끌었던 안 후보가 국회에서 당정(黨政) 관계를 원만하게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안 후보가 보궐선거 승리로 한 고개를 넘긴 했지만 여권 내에서 기반을 확대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여럿 남았다는 시각도 있다.

인천 계양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이 후보는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 선거를 돕기 위해 야당 텃밭에 출마했지만 “지역 연고도 없이 왜 왔느냐”는 지역 민심에 부딪혀 고전했다. 이날 승리에도 민주당 참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2일 오전 1시10분 현재 54.89%를 득표해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이 후보가 인천 계양구 계산역에서 유세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2일 오전 1시 10분 현재 55%의 득표율로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45%)를 이겨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 후보는 자정쯤 당선이 확실시 되자 계양을 선거사무실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후보는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최대한 잘 해내겠다”면서도 “한편으로 우리 국민 여러분들의 엄중한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당 참패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후보는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

앞서 이 후보는 이번 3월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했다. 패배 직후 이 후보는 “죄송하다. 제가 부족했다”고 했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사건과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 카드 유용 의혹 등은 아직 수사 중이다. 그러나 곧바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당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대선 패장(敗將)이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는 데 대해 야당은 ‘수사 방탄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 측근들도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난달 8일 인천 계양을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위험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며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했다. 그는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조기 등판 명분을 찾았다. 인천 계양을은 2004년 17대 총선 이후 민주당이 내리 5선을 차지한 지역이고, 2020년 송영길 전 대표가 승리했을 때는 국민의힘 후보를 무려 20%포인트 넘게 따돌린 곳이다. 지난 3월 대선 때도 이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을 8.6%포인트 이긴 민주당 텃밭이다. 이 때문에 유력 대선 주자인 이 후보가 계양을에 오자, 지역에선 “우리가 호구냐”는 여론이 돌았고, 한때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무명에 가까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에 뒤지기도 했다.

이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자 당장 8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후보는 2017년 대선 당시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비주류로 자리매김했다가 올 3월 대선을 통해 당의 리더가 됐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정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1964년생인 이 후보는 19·20대 경기도 성남시장을 거쳐 지난 7회 지방선거에서 35대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중·고등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중앙대 법대를 졸업한 뒤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