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성남시장 당선인(오른쪽)이 1일 밤 배우자 김미숙씨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 성남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신상진(65) 후보가 민주당 배국환(65)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성남시장은 민선 5·6기 이재명 시장에 이어 7기 은수미 시장까지 12년 동안 민주당 계열 인사가 맡았다. 신 후보가 당선되면서 12년 만에 국민의힘이 성남시장 자리를 탈환했다. 신 후보는 “민주당 12년 동안 불공정이 만연하고 발전이 정체된 성남시에 희망을 심겠다”며 민심을 파고들었다.

이번 선거에서 성남시장 선거는 단순한 기초단체장 1석 이상의 의미를 가지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정치적 거점인 데다 ‘대장동 의혹’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곳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현역 재선 의원인 김병욱(분당을) 의원을 차출해 출마시키는 것까지 검토하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정치 신인 배국환 후보를 내세웠지만 결국 성남시장 자리를 내주게 됐다.

신 후보는 민주당 시장 재임 12년을 ‘부패’로 규정하고 적폐 청산을 공언하고 있다. 그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추진한 대장동·백현동·고등동 개발 사업을 ‘3대 특혜 의혹’으로 규정했다. 또 개방형 직위인 감사관에 검찰이나 감사원 출신을 임명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서울 출신인 신 후보는 20대부터 38년 동안 성남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 용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으나,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됐고 대학에서도 제적됐다. 그 뒤 성남시의 공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사면 복권된 후 다시 대학을 다녀 1991년 졸업했다. 이후 성남에서 의원을 개업하고 시민운동에 몸담았다. 2000년에는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의약분업 반대와 삭발 시위를 주도했다.

신 후보는 17~20대 4선 의원을 지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성남중원에서 41.7%를 득표했으나 민주당 윤영찬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그러나 2년 만에 성남시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게 됐다.

신 후보는 성남시의 가장 큰 현안인 원도심 재개발, 분당 지역 재건축의 신속한 추진 등을 핵심 공약으로 앞세웠다. 시장 직속으로 ‘재개발·재건축 추진지원단’도 구성할 방침이라고 했다. 또 판교 테크노밸리 등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도시’, 미래 도시행정을 선도하는 ‘스마트 도시’ 구현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성남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은수미 후보가 57.6%의 득표율로 당선되고, 2020년 총선에서는 4개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민주당이 3석을 차지할 정도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혔다. 그러나 은 시장이 각종 비리에 휘말리고, 대장동 의혹이 터지면서 민심이 바뀌었다. 은수미 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 절차를 문제 삼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직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4년 내내 재판과 수사를 받다 재선 도전을 접었다.

신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공정·정의·상식을 말하면서 경제를 강조한 것이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했다. 신 후보는 “이재명·은수미 전임 시장의 부정부패를 깨끗이 청소하고, 추락한 명예를 되찾아달라는 시민들의 염원이 컸다”며 “비정상적인 시정을 정상으로 돌리고, 성남시민이라는 말을 가장 큰 자랑거리로 여기게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