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최악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이재명 후보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하며 금배지를 달게 됐다. 이 후보는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선거전에 복귀하면서 “당의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당이 주요 경합지 대부분에서 패하고 이 후보만 사실상 ‘홀로 생환’하며 상처뿐인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선거를 이끈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총사퇴를 검토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인천 계양 자택에서 대기하다 출구 조사가 발표되기 10분 전인 오후 7시 20분 서울 여의도 국회 내 개표 상황실에 도착했다. 이 후보는 박지현·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함께 맨 앞줄에서 출구 조사를 지켜봤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민주당이 4곳만 앞선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이 후보를 비롯한 지도부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 후보가 인천 계양을에서 앞서고 있다는 결과에도 박수나 환호가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 인사들은 호남 3곳과 제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어도 침묵을 지켰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후보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에게 근소하게 뒤진다는 결과가 나오자 일부 의원은 한숨을 쉬었다.
이 후보는 무표정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보다 10분 만에 가장 먼저 자리를 떴다. 그는 ‘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셨나’ ‘전당대회에 나오시나’ ‘한마디만 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도 연이어 자리를 떴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출구 조사가 나온 뒤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대선에 이어서 두 번째 심판을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께서 민주당을 많이 신뢰하지 못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예상한 결과냐’는 취재진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민주당이 인천시장 선거는 물론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이날 바로 당내에선 지도부 총사퇴론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어려운 선거에서 불협화음까지 낸 지도부인데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며 “내일쯤 지도부가 입장을 내고 총사퇴를 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해영 전 의원은 “검수완박 추진과 같은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 게 이번 지선 결과로 나온 것 같다”며 “아무래도 기존 비대위 그대로 유지되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 후보 책임론을 두고는 당내서도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8일 인천 계양을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했다. 민주당 텃밭이라 당선이 유력한 지역에 출마하면서, 대신 전체 선거 분위기를 띄워 승리를 이끄는 역할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압승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무명에 가까운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를 상대로 고전하면서 본인 선거에 발이 묶였고, 오히려 민주당 지도부가 계양을에 총력을 기울이는 형국이 됐다. 당이 기대했던 ‘이재명 효과’가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페이스북에 “자기는 살고 당(黨)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며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고 했다. 이 후보의 ‘나 홀로 생환’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원욱 의원도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비주류에다 ‘0선’이었던 이 후보가 원내 입성에 성공하면서, 그가 정치 경력을 쌓고 당내 기반을 넓힐 기회를 갖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친명(親明) 인사들은 이 후보가 지방선거 이후 당대표로 나서면서 당권을 장악하리라는 시나리오를 써왔다. 당장 열리는 8월 전당대회에서 이 후보에게 맞설 대선 주자급 인사가 없는 상황도 이 위원장의 당대표 등판설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위원장 측 인사는 통화에서 “586 운동권 용퇴 등 민주당을 완전 뒤바꿀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이재명 말고 더 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