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치러진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16년 만에 다시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을 석권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아성이었던 세종에서도 처음으로 시장직을 차지했고, 충청권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정치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충청권이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새벽까지 접전이 벌어진 대전에선 국민의힘 이장우 당선인이 51.2%를 얻어 현직 시장인 민주당 허태정 후보(48.8%)에 2.4%포인트 차 신승을 거뒀다. 이 당선인은 2012년 총선에서 대전 동구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2016년 재선됐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을 지내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여러분이 과거의 무능한 대전 시정을 심판해주시고 대전의 미래를 선택해주신 것”이라며 “위기의 대전을 희망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역시 접전이 벌어진 세종에서도 국민의힘 최민호 당선인이 52.8%를 얻어 현직 시장인 민주당 이춘희 후보를 5.6%포인트 차로 눌렀다. 행정안전부 관료 출신으로 충남 행정부지사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낸 최 당선인은 2015년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최 당선인은 “시민 여러분이 과거의 심판과 미래의 선택을 위해 결단해주신 것”이라며 “시민을 바라보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충남에선 국민의힘 김태흠 당선인이 53.9%를 얻어 현직 도지사인 민주당 양승조 후보를 7.8% 차로 누르고 승리했고, 충북에선 국민의힘 김영환 당선인이 58.2%를 얻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민주당 노영민 후보를 16.4%포인트 차로 대파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의 지방선거에선 충청권에서 시·도지사 자리를 하나도 못 얻고 완패했다. 2020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20석을 차지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8석밖에 얻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대전과 충남·북에서 승리하더니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세종에까지 깃발을 꽂았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4년 전에는 민주당이 24석,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8석을 얻었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23석, 민주당이 8석을 가져가면서 정반대 구도가 됐다. 대전시의회는 민주당이 21석, 국민의힘이 1석이었지만 국민의힘 18석, 민주당 4석으로 뒤집혔고 민주당 현직 시의원은 전원 낙선했다. 세종시의회도 민주당 17석, 국민의힘 1석이었으나 국민의힘이 7석으로 약진했고 민주당은 13석으로 줄었다. 충남·충북도의회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의석 수가 33대8, 28대4에서 12대36, 7대28로 뒤집혔다.
충청권의 표심 이동에는 충청권에 연고가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과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여론 등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충남 천안 출신인 민주당 양승조 충남지사와 동향인 박완주 의원이 성추행 혐의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것이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