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나고 있다. 4선 의원으로 현 국회부의장인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오늘 민주당이 저에게 의정 활동 하위 20%를 통보했다”며 “저를 ‘반명’으로 낙인찍었고, 이번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명분으로 평가 점수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私黨)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한 사례”라며 “민주당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이재명을 지키지는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하위 20%에 들어간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이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에서 하위 10~20%는 득표수의 20%를 감산당하고, 최하위 10%는 득표수의 30%를 감산당한다.
민주당이 ‘하위 20%’로 분류한 의원은 총 3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31명 대부분이 비명계 의원으로 전해졌지만, 안민석 의원 등 일부 친명계 의원의 포함 여부도 쟁점이 되고 있다. 안 의원은 경기 오산에서 내리 5선을 했다. 당 핵심 인사는 “하위 20%라도 경선을 거쳐 공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하위 20% 의원에게 19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이를 통보할 방침이다.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전날과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이 대표와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을 겨냥해 “능력도 신뢰도 없으니까 2선으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동작을에서 이 의원 대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대결시키는 여론조사가 진행됐다는 기사, 민주당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동작을 공천을 검토한다는 기사가 나온 직후였다. 이 의원은 “뒤통수치면서 등에 칼을 꽂고 있느냐”고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에게 불출마 요구를 받았다고 폭로한 문학진 전 의원은 자기 지역구인 경기 광주을뿐 아니라 경기 하남, 서울 성북을, 전남 여수을, 전남 순천갑 등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이나 비명계 유력 후보를 배제하고 친명계 인사들을 넣은 “해괴한 여론조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문 전 의원은 “‘찐명’을 공천에서 배려하기 위해 비선에서 무리수를 뒀다”며 “사당화의 길을 가고자 하는 당 지도부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공식 기구들이 ‘현역 배제’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 논란의 불길은 ‘밀실·비선 공천’ 의혹으로 번졌다.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공관위는 신규 공모 지역 적합도 조사 외에는 어떤 여론조사도 하고 있지 않다. 오해가 있는 듯한데 정확히 알아보고 글을 올려라”라며 이수진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공천 시기에는 다양한 조사들이 행해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 여론조사를 당에서 진행한 것인지 다른 곳에서 한 것인지 구별해 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현역 배제 여론조사의 대상이 된 홍영표(인천 부평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러면 어떤 비선 조직에서 한 것이냐”고 했다.
민주당 현역 배제 여론조사가 친문이나 전대협 출신 86세대 의원들을 한총련 출신의 90년대 학번 인사들로 대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전대협 의장 출신인 이인영(1기) 의원과 임종석(3기)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송갑석(4기) 의원의 지역구에선 모두 이들이 배제된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민주당에선 공천 잡음이 계속되면서 ‘총선 패배’ 위기감도 확산하고 있다. 송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에 이번 22대 총선은 도저히 지기 힘든 선거이지만 이것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최재성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조정식 사무총장을 비롯한 이 대표 핵심들은 불출마로 헌신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