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9일 서울 종로구에 최재형 의원을 단수 추천하고, 서울 중·성동을(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혜훈 전 의원, 하태경 의원)을 경선에 붙인 건 “분란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공천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한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서대문을로 재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유력 후보가 경쟁한 중·성동을은) 결정하기 어려웠다”며 “(종로 등은) 공천을 더 늦추면 선거 운동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있어 우선 발표했다”고 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재배치 논의가 있었지만, 강제적인 게 아니라 해당 후보자가 동의·수용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공천 신청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는 취지다.
부산진갑에서는 당 영입 인재인 정성국 전 한국교총 회장이 대통령실에서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을 누르고 단수 공천됐다. 대통령 측근들이 맞붙어 관심을 끈 부산 중·영도는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선한다. 장성민(안산상록갑)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함경우(광주갑) 전 당협위원장 등은 단수 공천을 받았다. 함 위원장은 국민의힘 253개 당협위원장 중 가장 먼저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인사다.
이 밖에 윤희숙(서울 중·성동갑) 전 의원, 이정현(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전 새누리당 대표, 김대식(부산 사상)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등은 단수로 추천됐다. 사상구는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다. 김대식 전 사무처장은 장 의원의 측근으로 꼽힌다.
울산 시장 출신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울산 남구을에서는 김기현 전 대표와 박맹우 전 의원이 붙는다. 두 사람은 모두 지역구 국회의원과 울산시장을 지냈다. 4년 전에도 두 사람은 경선을 했다. 공관위원인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도 장승호 국민의힘 중앙위 건설분과 부위원장과 경선을 치른다. 이 의원은 단수 공천 요건이 됐지만, 본인이 경선을 자청했다.
서울 마포갑은 신지호 전 의원과 조정훈 의원이 경쟁한다. 경기 성남 분당을은 김민수 당 대변인과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경선을 치르고, 인천의 경우 연수을에 김기흥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과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민현주 전 의원의 3자 경선이 진행된다. 연수을에 공천을 신청한 민경욱 전 의원은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경기 안양 동안을은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과 윤기찬 전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이 경선한다. 김포갑은 김보현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과 박진호 김포갑 당협위원장이, 구리는 나태근 전 구리 당협위원장과 전지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붙는다.
충남 논산·계룡·금산에 지원했던 이인제 전 의원과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은 경선 기회를 얻지 못했다. 6선 출신이며 대선 후보로도 나왔던 이 전 의원은 ‘피닉제(불사조+이인제)’라는 별명이 있다. 그는 76세의 나이에 7선 도전을 했지만, 탈락했다.
이날 발표로 국민의힘은 전국 지역구 253개 가운데 164곳의 단수·우선공천 또는 경선을 확정했다. 현재까지는 ‘무난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19일 기준 컷오프(공천 배제) 된 현역 의원은 비례 대표인 최영희·서정숙 의원 2명뿐이다. 지역구 현역 컷오프는 1명도 없었다.
보수 계열 정당들의 패배를 불러온 2016년 총선 ‘옥새 파동’이나 2020년 총선 ‘호떡 공천’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감동을 주는 공천 또한 없다는 평가가 많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는 상황이라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현재처럼 ‘무난한’ 공천이 계속된다면 무난하게 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인요한 혁신위’의 친윤 중진 불출마, 험지 출마 요구는 묻힌 상황이다. 불출마 선언을 한 중진은 장제원 의원뿐이다. 부산 해운대갑을 지역구로 둔 하태경 의원은 서울로 지역구를 옮겼다. 다만 서병수·김태호·조해진 의원 등 당의 ‘낙동강 벨트’ 탈환 요청을 수락한 중진들에 대해서는 “공천 초반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