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광진구 CCTV 관제센터에서 열린 '시민이 안전한 대한민국' 공약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0일까지 국민의힘은 전국 253개 지역구 중 164곳(65%)에서 경선 결정 및 단수 후보 추천을 끝내며 공천 반환점을 돌았다. 지금까지 국민의힘 지역구의 ‘현역 의원 컷오프(탈락)’는 0명이다. 향후 경선에서 현역 탈락자가 나올 수 있겠지만 정치권에서는 ‘한동훈표 공천’ 초점이 ‘잡음 최소화’에 맞춰졌다는 평가가 많다.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하면 공천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역들을 대거 경선에 올리는 무난한 공천이 계속되면서 새 인물을 통한 ‘정치 교체 ‘세대 교체’라는 기존 공천 기조와 멀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현역 의원 교체율이 낮다”는 질문에 “경선에 들어간 분들(현역) 중 감점을 받을 분들이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발표된 것만으로는 (교체율) 예상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간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 컷오프 규모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해왔다. ‘시스템 경선’을 하기 때문에 현역과 원외 후보 중 누가 떨어질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3선 이상 의원들이 15% 경선 감점을 받아도 현역들의 지역 기반을 신인들이 뚫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외의 한 30대 예비후보는 “잡음을 없애려는 안정 공천 기조로 가다 보니 낮은 현역 교체율이 예상된다”고 했다. 21대 총선 현역 교체율은 미래통합당 44%, 민주당 28%였다. 다만 “본격적으로 경선에 들어가면 영남 지역에서 경쟁력 없는 현역 탈락자들이 나오며 결국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과거 보수 정당들은 정치 신인들을 통한 세대 교체를 위해 경선 대신 당선이 보장된 서울 강남이나 대구·경북(TK)에 신인들을 전략 공천했다. 현재 공천이 결정되지 않은 ‘텃밭’은 서울 강남·서초 4곳과 대구·경북 10곳 등이지만 이 중 상당수도 경선 가능성이 있다. 지역구를 조정한 중진 서병수·김태호·조해진 의원 등의 빈자리 정도를 제외하면 신인들이 파고들 틈이 부족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민주당의 ‘D학점 공천’과 비교해 ‘B·C학점 공천’만 해도 이긴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공천에 앞서 ‘선당후사’했던 장제원·하태경 의원의 ‘결단’이 빛이 바랬다는 의견도 있다. 3선 장 의원은 작년 12월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이후 중진들의 추가 불출마는 없었다. 3선 하 의원도 작년 10월 ‘양지’인 부산 해운대갑 지역구를 포기한 후 현재 서울 중·성동을에서 경선을 치른다.

여당 공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여당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깔끔한 공천”이라는 평가가 많다. 야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통화에서 “총선은 상대평가고 공천은 잡음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비해 공천 관리를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국민 보기에 한 위원장은 총선 승리에만 관심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 공천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심을 진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반면 ‘50세 비정치권 출신’ 한 위원장이 상징하던 정치 혁신 이미지나 세대 교체 주장은 탈색됐다는 지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 공천은 시대정신을 담거나 보수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지도 않은 밋밋하고 맹물 같은 공천”이라며 “한 위원장이 갑자기 등판하면서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을 것”이라고 했다. 신평 변호사는 “수치나 지표에 의존하다보니 과거 정치 신인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현상을 찾아볼 수 없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공천 파동에만 기대 현역 의원들을 대거 공천하는 것이 정치권 개혁을 원하는 국민 눈높이에 맞을지는 투표 날 국민들이 선택할 몫”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