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손을 맞잡고 있다./오종찬 기자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은 2012년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반미·친북 성향의 통합진보당 세력과 ‘야권 연대’를 꾸려 이들의 원내 입성에 길을 터줬다. 하지만 통진당의 구심점이던 이석기 전 의원은 내란 선동 혐의 등으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고 통진당은 헌재 판결에 따라 강제 해산됐다. 그런데 12년 만에 민주당이 다시 통진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진보당과 선거연합을 하면서 통진당 부활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2012년 당시 한명숙 대표는 통합진보당이 후보 단일화에 응해준 대가로 지역구 16석을 양보했다. 형식은 경선을 통한 후보 단일화였으나,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이 아예 후보를 안 내는 식으로 통진당 후보에게 길을 터줬다. 통진당이 정책 연대를 요구하면서,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었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을 뒤집기도 했다.

이렇게 치러진 총선에서 통진당은 지역구 7명, 비례대표 6명 등 1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원내 3당이 됐다. 그러나 통진당 내 주사파 계열인 NL(민족해방) 그룹이 당을 장악하면서 각종 부정선거와 폭력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총선 직전 이정희 공동대표가 출마한 서울 관악을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광범위한 여론 조작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고, 총선 직후에는 통진당 비례대표 후보 선출 당내 경선에서 이석기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한 부정선거 사건이 적발됐다.

이런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열린 당 중앙위원회에서는 당 인사들이 머리채를 뜯고 각목을 휘두르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김선동 의원은 2011년 11월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던졌다.

각종 종북 논란 속에 PD(민중민주) 계열 등이 탈당하면서 통진당 의석은 6석으로 줄었고, 주사파만 남은 통진당은 결국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을 겪으며 3년 만에 해산됐다. 2014년 당시 헌법재판소는 8대1이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진당 강제 해산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은 통진당과 연합에도 2012년 총선에서 크게 패했다. 선거 결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152석, 민주당 127석, 통진당 13석이었다. 야권 전체와 민주당은 패배했지만 통진당은 약진했다. 당시 통진당 세력에 국회 입성의 길을 터준 한명숙, 유시민 등 야권 인사들은 아무런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야권 관계자는 “고사 위기의 통진당 세력이 이번 총선에서 또 민주당의 도움으로 재기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