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윤계가 4·10 총선 공천 과정에서 미묘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친윤계 공천관리위원이 단수 추천하자고 한 후보에 대해 한 위원장이나 그의 측근인 장동혁 사무총장이 제동을 걸고, 친윤 핵심 의원들에 대한 공천 발표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친윤 핵심 지역구에서 당 차원의 추가 여론조사가 이뤄지자 일부에선 “왜 친윤계를 중심으로 추가 조사를 하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경기 고양정 김현아 전 의원의 단수 추천을 보류한 데 대해 “어떤 특정한 방향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를 감안할 때 좀 더 엄격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고, 그게 국민 상식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의혹이 명확하게 소명되지 않았다면서 그에 대한 단수 추천 재검토를 공관위에 요구했는데,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김 전 의원의 단수 추천을 주도한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을 견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친윤계인 권성동(4선·강원 강릉), 박성민(초선·울산 중), 이용(초선 비례·경기 하남) 의원의 공천 발표가 계속 미뤄지는 데 대해서도 “한 위원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강원과 울산은 각각 권 의원과 박 의원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지역구에 단수 추천 또는 경선이 확정된 상태다.
국민의힘은 최근 박성민 의원 지역구를 비롯해 몇몇 지역에 별도의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가 전 지역구를 대상으로 경쟁력 여론조사를 한 이후 특정 지역구에 다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여론조사 격차가 크지 않을 경우 공관위가 이를 근거로 경선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9일 공관위 회의에서는 친윤 핵심 공관위원인 이철규 의원과 한 위원장 측근인 장동혁 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 공천을 두고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장 의원의 측근인 김대식 경남정보대 총장의 단수 추천을 주장했는데, 장 사무총장이 경선을 해야 한다며 반대하자 설전이 오갔다는 것이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공관위원들의 표결을 거쳐 김 총장의 단수 추천이 결정됐다고 한다.
이날 공식 창당한 국민의힘 비례당 ‘국민의미래’의 당대표 인선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한 위원장은 당초 최선임급 당직자에게 비례당 대표를 맡기겠다면서 조철희 총무국장을 내정했으나 이날 창당대회에서 조혜정 정책국장이 선출됐다. 당내에서는 “조철희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이력이 ‘윤심 공천’이라는 오해를 사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당직자를 대표로 앉힌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미래 창당대회에 참석해 “단 한 명도 내가 아는 사람을 밀어 넣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라도 사심 있는 생각으로 밀고 들어오면 내가 막겠다”고 했다.
한편, 경북 경산 초선의 윤두현 의원은 이날 “당에서 오랫동안 국회의원을 한 분(최경환 전 부총리)이 무소속으로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당내 경선을 하면 갈등이 생겨 전력 약화로 이어지고, 그러면 무소속 후보에게 승리를 헌납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경기 포천·가평 초선의 최춘식, 서울 강서을에 공천을 신청한 초선 비례 박대수 의원도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