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4·10 총선을 앞두고 벌써 뜨거워졌다. 인천 계양을에 국민의힘 후보로 나설 원희룡(60) 전 국토부 장관은 26일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과 함께 구석구석을 누볐다. 이 지역 현역인 이재명(60)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인천시당에서 당 회의를 주관하고 인천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났다.
◇인요한까지 가세한 원희룡 지지
원 전 장관은 ‘축구 스타’ 이천수(43)를 후원회장으로 영입해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이날은 인요한 전 위원장과 함께 유권자들을 만났다. 작년 말 혁신위가 끝난 후 인 전 위원장의 첫 공개 행보다. 계양구청 사거리 등 인구 밀집 지역을 돌며 원희룡 지지를 호소한 그는 “내가 혁신위원장을 하며 중진들의 헌신과 희생을 요구할 때 원 전 장관이 가장 먼저 ‘험지에 가겠다’고 화답해줘서 눈물 나게 고마웠다”고 했다. 선친이 6‧25 전쟁 인천상륙작전에 미 해군 대위로 참전했던 인연도 꺼내며 “제 고향 전라도 말로 ‘그냥 확 밀어줘부렀으면 쓰겄네’라고 말하고 싶다. 인천에서 원희룡 한번 키워보자”고 했다.
계양산전통시장과 계양구청 등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고 했다. 손칼국수집 사장 염우진(60)씨는 “주민들이 지역 재개발과 교통 인프라 개선에 목말라 있는데, 국토부 장관까지 한 사람이 일은 제대로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과일가게 사장 서현(58)씨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우리 시장 왔을 땐 사람들이 엄청 모여들어 깜짝 놀랐다”며 “전통적으로 민주당 성향이 강한 곳이지만, 지난 20년간 통틀어 이 정도 관심이 여당 후보에게 쏠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원 전 장관이 내세우는 공약은 서울지하철 9호선을 계양구 동양동을 거쳐 박촌역까지 연장시키고, 노후 아파트 재건축 시 종(種)상향으로 용적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계양 테크노밸리에 AI(인공지능) 생태계와 수영장, 키즈카페 등을 포함한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콘텐츠 창작 캠퍼스를 조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날 본인의 차량도 인천에서 생산한 GM대우차로 바꾼 원 전 장관은 “계양에 지금 필요한 것은 교통, 주거,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혁신”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오늘 인천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도 재판받으러 서울 가느라 계양에 못 들렀다. 저는 계양의 ‘진짜 일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원 전 장관의 일정을 함께하는 이천수 후원회장도 “정치는 모르지만 내 고향 계양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축구할 때처럼 죽어라 함께 뛸 것”이라고 했다.
◇지도부와 인천 총출동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인천시당에 지도부와 총출동했다. 이 대표는 인천 남동구에 있는 인천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번 2월 국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을 개정해 선(先)구제 후(後)구상 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회의장엔 ‘전세사기 피해 구제와 주거 안정, 민주당이 해결하겠습니다’라는 백드롭(현수막 배경)을 걸었다. 이 대표 측은 인천 일정에 대해 “오는 28일이 ‘인천 건축왕’ 피해자의 극단 선택 1주년이라,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이날 최고위에선 계양을에서 이 대표와 맞붙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나왔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원 전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지 않고 도망치듯 장관직을 버리고 총선에 출마했다”며 “정말 치워야 할 돌덩이가 누구인지 인천 시민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최고위 현장엔 이 대표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이 나타나 “대표님 파이팅”을 외쳤다.
이 대표는 최고위가 끝난 뒤엔 전세사기 피해가 다수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를 방문해 피해자들을 만났다. 그는 아파트 곳곳을 돌아보며 피해자들에게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선구제 후구상이 되고 아파트도 강제 관리가 가능해진다”며 “이번에 이길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도와주시면 이 문제가 더 빨리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아파트 현장을 방문한 후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공판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아직 인천 계양을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다. 다만 당 공천이 마무리되는 시점과 맞춰 공식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지역구 활동을 시작한 만큼, 총선 공약 역시 연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당시 이 대표는 계양테크노밸리 제2판교테크노밸리로 조성 경인아라뱃길 수변 관광지 조성 귤현 탄약고 주변 개발 제한 완화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D) Y자 노선 원안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