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이 친명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공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맞장구를 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천을 결정하는 공관위 인사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임 전 실장 컷오프에 동조한 것이다. 실제로 임 전 실장은 해당 발언이 나온 이튿날인 27일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됐다. 당내에선 “객관적이고 기밀을 지켜야 할 공관위원이 대놓고 친명 공천을 떠들었다. 더 이상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야권 관계자는 “설마 했던 유튜브 공천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훈 전략공관위원은 26일 친명 성향 유튜브 채널인 ‘이동형TV’에 출연했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 출신인 박 위원은 청년 몫으로 전략공관위원에 임명됐다. 박 위원이 출연한 유튜브 방송에서 패널들은 “다른 건 모르겠고, 임종석은 안 된다” “임종석 얘기를 왜 이렇게 오래 끄냐” “박영훈 위원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임 전 실장을 공천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위원은 자신이 방금 전략공관위 회의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밝히며 “임종석 실장께서 당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로 인해 전국 선거 판세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전략 지역구로 지정된 서울 중·성동갑에 임 전 실장이 무리하게 출마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계속적인 갈등을 우리가 끊어줘야 한다는 건 확실하고, 그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일쯤 (임 전 실장 공천 여부) 결론을 내게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자 한 패널은 “내일 민주당이 새로 출발할 수 있는 날이 되겠네요”라고 했고, 박 위원은 “네, 새출발하시죠”라고 맞받았다. 임 전 실장을 컷오프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위원은 발언 도중 “내가 임종석 실장이면 저한테 전화했겠다”라며 “임종석 실장님 전화 기다리겠습니다”라고 했다. 패널들이 ‘왜 전화를 하느냐’고 묻자 “잘 봐달라고. 한 세 번쯤 (전화) 하면 그때 받을게요”라고도 했다. 공관위원은 공천 과정의 공정성을 위해 자신이 어떤 의견을 냈고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이동형TV’에 자주 출연했던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이 서울 도봉갑에 전략 공천된 것과 관련해서도 박 위원은 “안귀령 대변인 전략 공천 받았거든요. 저 전략공천위원입니다. 잘 기억해주세요”라고 말했다. 박 위원을 포함한 유튜브 패널들은 “안귀령 공천 축하합니다”라면서 함께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사회자는 “귀령이”라고 했다. 작년 9월엔 안 부대변인이 이동형TV에서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자, 이동형씨가 “안귀령 대변인이 국회의원 될 수 있게 여러분이 많은 힘을 모아달라”고 하기도 했다.
박 위원 발언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에선 “공천 과정에서 공정성은 물론 비밀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친명 유튜브 주장대로 공천이 흘러가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박 위원이 출연한 ‘이동형TV’는 대표적인 친명 성향 유튜브 채널로, 운영자인 이동형씨는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친명 인사들이 출연해 비명계에 대한 비판적인 주장을 이어왔고, 박 위원이 출연한 영상에서도 ‘친명 위주 공천을 해야 한다’는 발언이 계속 나왔다. 실제로 방송 다음 날인 27일 전략공천회의를 거쳐 임 전 실장에 대한 공천 배제가 결정됐다. 한 비명계 관계자는 “결국 공천이 친명 유튜브에서 떠드는 대로 되어가는 것 아니냐”며 “공관위에 친명 인사들을 깔아 놓고, 결론부터 내놓은 공천을 하려던 것”이라고 했다.
☞이동형TV
친이재명 성향 방송인 이동형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씨는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시사 안드로메다’ 등을 비롯해 여러 정치 평론 팟캐스트를 진행했다. 주로 친명 성향 인사가 나와 비명계에 비판적인 주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