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비명횡사 공천 파동에 호남도 술렁이고 있다. 지난 28일 발표된 경선 결과에서 이병훈(광주 동남을) 의원이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차관에게 패했다. 현직 광주시당위원장이기도 한 이 의원 탈락에 호남에선 뜻밖이란 반응이다.
현재까지 공천이 발표된 호남 지역구 6곳 중 현역이 공천된 곳은 ‘위장 탈당’ 논란을 일으켰던 강성 친명 민형배 의원의 광주 광산을이 유일하다. 앞서 이형석(북을)·조오섭(북갑)·윤영덕(동남갑) 등 광주 현역도 공천에서 탈락했다. 친명계에선 “윤석열 정부와 제대로 투쟁할 수 있는 인물들로 물갈이하라는 게 호남 민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비명횡사 공천 파동에 일부 호남 유권자들은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한다. 광주의 지역 원로들도 최근 “우리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 “민주당이 아니라 이재명당”이라는 입장을 권노갑 상임고문에게 전달했다.
지난 23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광주·전라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67%였다. 하지만 야권 관계자는 “호남 민심은 선거에 임박해서 빠르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며 “민주당에 맞설 대안이 있다면 급격하게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이 술렁이자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신당(가칭)은 본격적 구애를 시작했다. 수도권의 야권 지지층 심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호남 민심이 4·10 총선의 주요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낙연 대표는 오는 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지역은 경기 용인갑에 출마하는 개혁신당 양향자 의원의 광주 서을 등이 거론된다.
새로운미래는 민주당 친문·비명 탈당파를 모아 ‘정통 민주당’ 명분으로 호남 유권자에게 다가간다는 전략이다. 이낙연 대표는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임 전 실장을 위로하며 “어떻게 할 것이냐”며 향후 거취를 물었고 임 전 실장은 “상의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이 대표는 전날 민주당을 탈당한 설훈 의원과 공천에서 탈락한 홍영표 의원 등과도 접촉 중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탈당파들이 합류하면 당명·당대표직 등을 양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대표는 전날 YTN라디오에서 “호남인들이 많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16년 안철수씨의 국민의당이 바람을 일으킬 때는 3월 중순까지도 지지율이 8%였다”며 “막판 2~3주 사이에 폭풍처럼 바람이 불었다”고 했다. 당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 28석 중 23석을 석권할 만큼 호남 민심이 역동적임을 강조한 것이다.
조국신당도 호남 구애에 나섰다. 조국신당은 오는 3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정식 당명을 ‘조국혁신당’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신당 측은 “당 상징색으로는 ‘광주의 하늘’을 상징하는 ‘트루 블루'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이 파란색이 왜 광주의 하늘인지 따로 설명하진 않았다.
조국 전 장관은 최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며 “광주시민들께서 40년 넘게 겪은 고통, 분노를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10석 이상 원내 제3당이 목표”라며 “국민의힘, 민주당이 다 싫다면 조국혁신당을 뽑아달라”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에만 몰두,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심판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가진 호남 유권자 숫자도 상당하다”며 “이런 표심을 신당들이 흡수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