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이재명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등 친명 지도부의 단수 공천을 확정했다. 반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영표 의원 등 비명 인사들은 공천 탈락이 확정됐다. 민주당은 2일 새벽과 오전 잇따라 관련 사항을 발표했는데, 공천 논란을 의식해 뉴스 주목도가 특히 떨어지는 금요일 밤과 토요일 오전을 일부러 고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1일 밤 시작해 2일 0시 30분이 넘어 끝난 심야 비공개 최고위에서 홍영표 의원의 ‘컷오프’를 확정했다. 4선인 홍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 원내대표를 한 친문이자 비명 핵심이다. 앞서 홍 의원은 당 전략공천관리위가 자신을 인천 부평을 공천에서 빼버리자 이의를 제기했는데, 최고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노렸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울 성북을의 기동민 의원도 이날 최고위에서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서 사실상 탈락이 확정됐다.
민주당은 이날 4시간 넘게 계속된 최고위 끝에 0시 47분에야 결과를 공지했다. 당내에서도 “토요일 새벽의 비명횡사” “당사자가 당장 반발하기도 어려운 시간을 고른거냐”는 말이 나왔다. 그동안 공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해온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도 홍영표 의원 컷오프에 “당 공천이 너무 서툴고 거칠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우려를 말했고 (이재명 대표는) 충분히 들었다”고 했다.
비명계가 탈락한 데 반해, 당 지도부인 이개호 정책위의장에 대해선 당 재심위가 ‘경선’을 요구했지만 이날 최고위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단수 공천’이 확정됐다. 권 수석대변인은 “격론이 있었다”면서도 “당 기여도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2일 오전 10차 공천 심사 결과 발표에서 이재명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당 인재영입위 간사인 김성환 의원의 단수 공천을 발표했다. 조 사무총장은 지역구인 경기 시흥을에서만 내리 5선을 했고 이번에 6선에 도전하게 됐다. 임 공관위원장은 “이 대표와 조 사무총장은 워낙 점수 차이가 많이 났다”며 만장일치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번 민주당 공천에서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친명계 주요 인사들은 거의 전부 단수 공천을 받으며 경선 없이 본선에 직행했다. 친명 지도부의 최고위원 전원,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김윤덕 조직사무부총장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과 비례 위성정당을 주도하는 박홍근 의원 등도 단수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공천된 서울 동작을에 류삼영 전 총경을 공천했다. 류 전 총경은 현 정부의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하다 징계를 받았던 인물인데,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됐다.
서울 서초갑에는 김경영 전 서울시의원, 인천 서구갑에는 김교흥 의원, 인천 서구을에는 이용우 변호사, 경기 평택을에는 이병진 평택대 교수, 부산 북구을에는 정명희 전 북구청장이 공천됐다. 여성 전략 특구로 지정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는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공천되며 현역 서동용 의원이 컷오프됐다.
서울 노원에서는 원래 3개 지역구가 이번에 2개로 합구되면서 현역 4선 우원식 의원과 재선 고용진 의원이 경선을 하게 됐다. 경기 부천도 4개 지역구가 3개로 줄면서, 부천갑에서는 김경협·서영석·유정주 등 현역 의원 3명이 경선을 하게 됐다. 부천을에서는 현역 설훈 의원이 탈당하면서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서진웅 전 경기도의원이 경선한다. 검사 출신인 김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재직 때 65억원짜리 상가를 매입하면서 50억대 대출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고 경기도 임야 투기 의혹까지 불거지자 사퇴했었다.
지역구가 4개에서 3개로 줄어든 경기 안산을에서는 김철민 의원과 고영인 의원, 김현 전 의원이 경선을 치른다. 비명계인 고 의원은 원래 자신의 지역구가 있던 안산병이 아닌 안산을에서 경선을 치르게 한 당 결정이 “사실상 컷오프”라며 “경선에 참여 않겠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