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왼쪽), 현역 서동용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5일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진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에서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전략공천을 취소하고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권 전 비서관은 이 지역구 현역인 서동용 의원과 경선한다.

민주당은 지난 1일 밤 심야 비공개 최고위에서 권 전 비서관의 전략공천을 결정했다. 당시 회의에서도 일부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그대로 관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권 전 비서관이 지난 대선 때 선거 캠프에서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를 담당하는 부실장 역할을 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사천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도권도 아닌 민주당 텃밭 호남에 이례적으로 전략 공천을 준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를 열어 권 전 비서관의 전략공천 사안을 논의한 뒤 경선으로 바꾸기로 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가짜뉴스에 의해 허위 사실이 유포되는 상황에서 전략선거구를 변경하는 것은 공관위와 전략공관위의 판단과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면서도 “그러나 권 후보 본인이 당에 대한 애정으로 경선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를 최고위에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사천이라는 의혹 제기는 가짜뉴스이지만, 권 전 비서관이 ‘경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받아들여 경선으로 바꿨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민주당 공천을 폄훼한 혐의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일부 언론을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갑 지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천을 했다는 이런 가짜뉴스가 보도되고 있다”며 “기가 막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권 후보는 민주당에서 근 30년 근무한 당직자이고 문재인 정부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비서관”이라며 “이재명의 아내와 아무런 사적 인연도 없는데 ‘비서’라고 따옴표까지 쳐서 보도하고 사천이라고 공격할 수 있느냐, 제 아내는 그 사람과 아무런 개인적 인연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권 후보는 민주당 당직자 출신으로 대통령 후보 배우자실의 여러 부실장 중 한 명이었을 뿐”이라며 “어떻게 비서로 전락할 수 있느냐, 그걸 근거로 어떻게 사천을 했다고 규정할 수 있느냐”고도 했다.

권 전 비서관은 4년 전에도 같은 지역 공천을 신청했지만 서동용 의원과 경선에서 졌다. 민주당이 이날 경선을 결정하면서 두 사람은 경선에서 재대결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