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홍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당한 홍영표 의원이 6일 거취를 밝히기로 했다. 홍 의원은 탈당을 선언하고 이낙연 공동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하거나, 앞서 탈당한 설훈 의원 등과 ‘민주연대’(가칭) 구성, 또는 무소속 출마 등을 놓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5일 SBS 라디오에서 “지금까지 정치를 해오며 탈당하는 건 꿈속에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면서도 “내가 이 당에서 어떤 역할이 있을까 하는 것을 고민하는 벼랑 끝까지 밀려왔다.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내일은 입장을 정확히 밝히려고 한다”고 했다. 홍 의원은 전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홍 의원은 “민주당과 총선 상황에 대한 우려를 말씀드렸고, 문 전 대통령이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안타깝다’는 심정을 밝혔다”며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잘되면 좋겠다는 덕담도 했다”고 했다. 새로운미래 신경민 책임위원은 유튜브에서 “문 전 대통령이 홍 의원에게 정치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얘기를 한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도 탈당계를 제출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평산마을에 내려가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문심(文心)이 이번 총선 야권에서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 관련 갈등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입을 열진 않았지만, 여러 인사가 문 전 대통령을 만난 뒤 정치적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저녁까지 탈당한다고 했다가 4일 아침 입장을 바꿔 민주당에 잔류한 것에 대해서도 문 전 대통령이 임 전 실장을 만류했을 것이란 추측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문심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홍영표 의원 이후로 민주당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은 일단 잦아들 전망이다. 금품 수수 의혹을 이유로 컷오프 당한 기동민 의원은 이날 “국민과 당원을 믿고 끝까지 민주당을 지켜내겠다”며 “기필코 무죄를 증명하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앞서 당내 공천 과정에 우려를 드러냈던 김부겸 전 총리도 별다른 입장 표명은 없는 상태다. 탈당파로 이뤄진 민주연대 구성을 주도하는 설훈 의원은 본지에 “의원들의 추가 탈당과 합류를 예견하긴 어렵다”며 “일단 ‘개문 발차’해서 출범한 뒤 하나하나 들어오는 형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