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위성 정당에 참여하는 범야권 군소 정당들이 5일 비례대표 후보를 확정했다. 진보당 후보로 선출된 인사중엔 옛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하던 인사들이 포함됐고, 민주당에서 탈당한 인사도 새진보연합 후보로 선출됐다. 민주당이 야권 연대를 위해 군소 정당에 ‘당선 안정권’의 비례대표 순번을 약속하면서, 자력으로 당선이 불가능한 통진당 계열 인사들의 원내 입성이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위성 정당이라는 꼼수로 사실상 ‘통진당 부활’의 길을 터줬다”고 했다.
진보당은 이날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위한 당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장진숙·전종덕·손솔(득표순) 등 3명을 선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모두 경기동부연합이 주축이 된 민노당·통진당·민중당에서 활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진보당 공동대표인 장진숙(50) 후보는 홍대 부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한총련 대의원을 지냈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받은 이력이 있다. 전종덕(53) 후보는 민노당·통진당 후보로 여러 차례 지방선거·총선에 출마했고, 경기동부연합 출신인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지도부에서 사무총장을 지냈다. 민노당과 통진당, 민노총으로 이어지는 경기동부연합의 세력 확대 과정에 모두 함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보당 수석대변인인 손솔(29) 후보는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통진당 후신 격인 민중당 공동대표를 지냈다.
정치권에선 “진보당 비례대표 면면을 보면, 옛 통진당 세력이 민주당을 숙주로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진보연합도 이날 비례대표 후보로 용혜인(34) 의원, 한창민(51) 공동선대위원장, 최혁진(54)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 등 3명을 확정했다. 이날 발표된 진보당·새진보연합 비례대표 후보 6명은 민주당 주도의 비례 연합 정당에서 20번 안에 배치될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비례대표 후보 30명을 내되, 당선 가능성이 있는 20번 안에 새진보연합 3명, 진보당 3명, 시민사회 대표인 연합정치시민사회가 낸 4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비례 1번은 시민단체 추천 인사를 내고, 나머지는 민주당 후보와 새진보연합·진보당·시민단체 후보가 번갈아서 배치되는 식이다. 민주연합 관계자는 “총선 득표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가 관건인데, 군소 정당 후보 중 2명까지는 무난하게 당선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야권 연대가 사실상 운동권의 자리 나눠 먹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총선에서 3% 이상을 득표해야 1석을 얻게 되는데, 자체 지지율이 3%에 못 미치는 진보당·새진보연합이 ‘위성 정당’이라는 꼼수를 통해 국회에 무혈 입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권 연대로 들어온 후보들은 되도록 그대로 수용하기로 해서, 비례대표 후보 면면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극좌, 운동권 출신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새진보연합 용혜인 의원은 지난 총선에 이어 두 차례 민주당의 위성 정당 후보로 나서게 됐다. 용 의원은 21대 총선 때 기본소득당 몫으로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해 비례대표로 당선됐다가, 기본소득당으로 되돌아갔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광주나 서울 영등포갑 등 지역구 출마를 고려했으나, 결국 민주당이 추진하는 위성 정당에 비례대표로 재출마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당선권에 배치할 가능성이 커 용 의원은 22대 비례 재선 의원이 될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잠깐 욕먹더라도 결국 당선이 보장되는 비례를 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새진보연합은 용 의원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용 의원이 스스로를 비례대표로 추천한 ‘셀프 공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재명이네 마을’에도 “용혜인이 배지 한 번 더 달려고 친명 행세를 했다”는 글이 쏟아졌다.
최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첫 사회적경제비서관 출신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15일 새진보연합 ‘인재 2호’로 영입됐다. 최 전 비서관은 2022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에서 원주시장 경선을 치른 경력이 있다. 그런 인사가 민주당을 탈당해 민주당 위성 정당의 비례 후보가 된 셈이다. 정의당 탈당파인 한 위원장은 ‘노사모’ 출신으로 노무현재단 대전세종충남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진보당에선 비례대표 후보 외에 지역구에서 민주당과의 단일화가 진행되고 있다. 경기 의정부을과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김재연·이상규 전 의원 모두 통진당의 핵심 멤버로 통한다. 민주당이 울산 북구를 진보당 후보에게 양보하기로 하면서 통진당 출신 윤종오 전 의원 역시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 진보당·새진보연합을 제외한 나머지 4석을 추천하는 연합정치시민사회엔 이적 단체인 범민련 남북해외실무회담 대표를 지낸 조성우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대표와 각종 탄핵 시위에 앞장서 온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등 친북·반미 성향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야권 관계자는 “반미·종북·괴담 세력이 민주당을 숙주 삼아 국회에 진출하면서, 22대 국회가 강경파들의 선동으로 이제껏 보지 못한 극도의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