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경기 수원정 경선에서 김준혁 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이 깜짝 승리를 거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김 부위원장이 쓴 책의 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가에서는 무명이었던 김 부위원장이 이재명 대표를 조선 정조대왕에 견주는 책을 펴내 당원들에게 자신을 대표적인 친명 인사로 인식시켰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6일 3선에 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 의원과의 경선에서 박 의원을 꺾었다.

김 부위원장은 오랫동안 정조를 연구하고 수원시 등이 추진한 정조 관련 사업을 주도해 온 역사학자다. 한신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 부위원장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2021년 8월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정조가 이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돼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김 부위원장의 이 대표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책에서 김 부위원장은 정조와 이 대표가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 ‘고난과 공부에 대한 집념’, ‘가족 간의 불화, 그리고 포용’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또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을 정조가 재위 초반에 발표한 개혁 선언문인 ‘경장대고 (更張大誥)’와 같은 선상에 놓고, 이 대표의 국방, 복지, 경제, 지역 발전, 문화 등 각 분야 정책 노선을 정조의 정책과 견줬다.

김 부위원장은 2021년 12월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서 “이재명 후보의 대선 출마 영상을 보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고 이 후보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잔잔한 톤으로 ‘억강부약, 대동세상’ 이야기를 할 때 흥분이 됐다”며 “이 사람의 진정성을 내가 그동안 몰랐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영상에서 “이 후보의 생가도 찾아갔고, 그것이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도 했다. 그는 “이 후보 생가가 ‘깡촌 중의 깡촌’에 있고, 그런 곳의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이 나라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는 데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며 “그 다음날부터 책을 쓰기 시작해 일주일 만에 원고를 썼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 생가 앞에 200년 넘은 큰 소나무가 있는데, 그 소나무 기운이 이재명한테 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또 “생가에서 경북 봉화 쪽으로 가는데 고려 공민왕 사당이 있었다. 이 후보가 태어난 데가 청량산인데, 공민왕이 그 청량산의 산신령이 돼 있다”고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정조는 봉건 왕조 시절의 절대군주였음에도 백성들과 엄청난 소통을 했다”며 “이재명 후보도 사실 굉장히 뛰어난 소통의 리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에도 시장실을 개방했고,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 단계를 뛰어넘어서 매달 한 번씩 국민과 대화를 통해 의견을 들으면서 거기에 맞는 정책들을 펼쳐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솔직히 ‘이재명하고 문화는 좀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 때 문화 콘텐츠 활성화 이야기를 하더라”며 “이 사람이 문화에 대해서도 이렇게 식견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조 하면 문화 아니냐. 정조 때는 조선의 문화예술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났었다”며 “지금 한류의 기반도 정조 때에 있고,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 시대의 문화를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서 세계적인 공연문화예술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