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43)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손에 드릴을 쥔 남성으로부터 협박을 당했다. 이씨는 국민의힘 후보로 4·10 총선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후원회장을 맡아 약 50일간의 선거 유세 일정을 함께 뛰고 있다.
8일 본지가 확보한 인천시 계양구 임학동의 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신원미상의 남성이 왼손에 드릴을 든 채 걷다가 원희룡 캠프 관계자들이 유권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 상가 건물 앞에 멈춰서서 20여초간 기다린다.
원 후보와 이씨가 건물 밖으로 나오자 이 남성은 원 후보와 악수를 한차례 했고, 이어 이씨를 보자 어깨를 잡아끌고 드릴을 쥔 손을 이씨의 하복부에 겨냥한 채 끌고가 대화를 나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이천수랑 얘기 좀 하자.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했어”라고 말문을 연 뒤 “실망했다고, 내가 너 두고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씨가 “아니 당 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은데 왜 그러시냐”고 하자, 이 남성은 “두고봐, 내가 당신 와이프와 딸 자식들 어디사는지 다 알아, 가만두나봐, 조심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이 남성은 드릴 스위치에 손가락을 얹은 격발 자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주변 관계자가 다가가 “이천수씨는 정당이 아니라 본인 소신으로 지지해주시는 것이다”라고 말렸고, 이씨가 “제 명함을 드리겠다”고 말하자 이 남성은 “됐다 됐어”라는 말과 함께 ‘저리 가라’는 손짓과 함께 사라졌다.
앞서 이씨는 지난 7일 오전에도 인천 계양역에서 출근길 유권자 인사를 하던 도중 신원미상의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이 남성은 악수를 청하는 척하면서 이씨에게 다가간 뒤, 손을 잡고 무릎으로 이씨의 허벅지를 가격했다. 이어 주변의 제지를 뿌리치며 추가 폭행을 시도하기도 했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이날 오후 10시쯤 원 후보 선거사무실 측으로부터 “이천수 후원회장이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 끝에 가해자 신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계양역에서는 60대 남성이, 인천 임학동에서는 70대 남성이 이씨를 가해했다. 경찰은 가해자를 일단 폭행 혐의로 조사하고 추후 법률 검토를 거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씨의 폭행 피해 사실이 알려지자 원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명백한 범죄가 벌어졌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선거 현장에서의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씨의 폭행 사실을 언급하며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선거는 민주주의 축제인데 이렇게 폭력이 난무해선 안된다”며 “설령 지지정당이나 후보가 다르더라도 자기의 정치적 표현은 표로 하는 것이지 폭력으로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인 선거를 앞두고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며 “나와 정치적 입장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도를 넘은 비난에 물리적인 압력을 행사하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했다.
8일 계양경찰서에서 고발인 조사를 마친 이천수씨는 “원 전 장관 지지를 선언한 이후 욕설을 듣는 일이 많아졌지만 꾹 참았는데, 이번엔 가족까지 협박당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