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는 결과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지지율 1위에는 착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을 합칠 경우 야권 지지율이 높거나 팽팽한 경우가 많아 실제론 우열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특히 여당은 ‘한동훈 비대위’ 효과가 극대화된 시점인 반면 민주당은 공천 파동이 정리 수순으로 들어가고 있어 진검 승부는 지금부터란 평가다. 여론조사 회사 관계자는 “0.73%포인트 차이가 났던 지난 대선의 팽팽했던 여야 구도가 크게 변한 게 없다”며 “결국 막판 한 달간 누가 민심을 잡느냐의 승부”라고 했다.
총선을 34일 앞둔 7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37%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29%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여론조사 회사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연합뉴스TV의 의뢰를 받아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39%, 민주당 32%였다. 역시 오차 범위 밖이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 지지율을 합치면 오히려 야권세가 여전히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NBS 조사에서 민주당(29%)과 조국혁신당(7%) 지지율을 합치면 36%로 국민의힘 37%와 비슷하다. 코리아타임스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5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민주당(35%)과 조국혁신당(5%)의 지지율 합은 40%로 오차 범위 내에서 국민의힘(37%)보다 높았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대선처럼 하나의 선거에서 특정 후보 지지율이 높다면 그 후보가 이기겠지만 총선의 정당 지지도는 254개 지역구 여론을 합쳐 평균 낸 것”이라며 “각각을 보지 않고 지지율 총합으로 지역구 승패를 예상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지난 1일 발표된 갤럽 정례 조사에서는 여당 후보 당선을 바라는 응답이 38%, 민주당 당선이 35%, 제3지대 당선이 16%로 야권 당선 총합이 51%로 더 높았다.
최근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7% 안팎, 비례 투표 15% 안팎 지지율을 얻고 있는 조국혁신당의 상승세도 여권에 악재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민주당에 실망한 지지층은 조국혁신당이라는 대안이 없었다면 투표를 포기하거나 심한 경우 여당으로 옮겨갔을 것”이라며 “조국혁신당이 절묘한 타이밍에 나오면서 야권 이탈표가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걸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선거 승부를 가르는 무당층도 여전히 야권 성향이 높다. NBS 조사에서 중도층 31%가 민주당 투표 의사를 밝혔지만 국민의힘 투표 응답은 24%였다.
조사 시점도 변수다.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는 “민주당 공천 파동이 가장 주목받던 시기에 나온 조사들인 만큼 민주당 지지층이 위축된 상태”라며 “일시적 충격파가 진정되면 다시 정권 견제론과 지원론이 격돌하는 흐름으로 판이 또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지금부터는 공천 파동이 잠잠해진 민주당이 전열을 재정비하며 다시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일 시점이라는 것이다. 여권 내에서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대표적 운동권 인사들이 공천에서 탈락해 국민의힘의 ‘운동권 청산론’이 더 이상 안 먹힐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의 공천 난맥상 수혜를 톡톡히 누렸던 여권은 호재를 소진한 모양새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이 전국을 돌며 각종 공약을 쏟아 내고 있지만 점점 피로도가 쌓일 것”이라며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는 민주당 공천이 확정 안 된 곳도 많아, 총선 승리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 달 전만 해도 현재의 정치권 상황을 예측한 사람이 있었나”라며 “우리나라 선거는 돌발 변수에 민감하고 감성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한 달간 여론이 어떻게 요동칠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