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총선 레이스 초반부터 ‘운동권 청산’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수도권 공천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은 운동권 출신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70·80년대생 정치 신인을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는 해당 지역구에서 학교를 다닌 ‘토박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57) 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는 서울 성북갑에 국민의힘은 이종철(52)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을 후보로 투입했다. 김영배 의원은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장을 거쳐 서총련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이종철 전 위원도 1996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지만 북한 인권 운동을 하며 범보수 진영에서 활동해 왔다.
민주당은 서울 성북을에 현역 기동민 의원을 컷오프하고 김남근(61) 변호사를 공천했다. 김 변호사는 1986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민변 부회장을 지냈다. 국민의힘은 이상규(48) 경희대 객원교수를 공천했다. 이 교수는 아버지가 성북구에서 운영하는 갈비집에서 일했고 그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소상공인 경영을 강의했다.
서울 중랑을에 민주당은 4선에 도전하는 박홍근(55) 의원을 다시 공천했다.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 의원은 20대 대선 이재명 후보 캠프 비서실장을 맡았고, 현재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 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인 이승환(41)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한미 동맹 반대, 북한 세습 옹호 주장을 펴는 세력에 국회 문을 열어주는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며 “운동권이 아닌 지역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서울 강북갑에선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전상범(45)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와 현역인 민주당 천준호(53) 의원이 대결한다. 전 전 부장판사는 강북구 수유동에서 나고 자랐고 이번 총선을 앞두고 영입됐다. 천 의원은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실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은 친명계 핵심이다. 서울 노원을에선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김준호(36) 서울대 국가재정연구센터 연구원과 민주당 김성환(59) 의원이 맞붙는다. 김 의원은 전대협 연대사업국장 출신으로 서울시의원, 노원구청장을 지냈다. 이에 도전하는 김 연구원은 2021년 재·보궐 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학생위원장, 청년대변인을 맡았다.
인천 서구갑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인재로 영입한 박상수(45) 변호사와 현역인 민주당 김교흥(64) 의원이 대결한다. 박 변호사는 대한변협 부협회장,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자문 변호사를 지냈다. 3선에 도전하는 김교흥 의원은 1986년 인천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4년 전과 달리 이번엔 해볼 만하다”고 했고, 민주당 관계자는 “운동권 청산은 실체도 없고 유권자들의 마음도 사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8일 경기 용인을에 이상철(57) 전 지상작전사령부 참모장, 경기 부천갑에 김복덕(59) 국민의힘 재정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전남 여수을에 김희택(62) 국민의힘 전남도당 대외협력위원장을 공천했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경우 수뢰 의혹을 받고 있는 밀양시장 출신 박일호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고 박상웅(64) 전 대통령직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자문위원을 공천했다. 유경준(초선·서울 강남병) 의원은 경기 화성정에 재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