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한 달 앞두고 여야 후보들의 ‘막말 정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에도 정치 혐오를 일으키는 막말은 결국 중도층을 외면하게 만들어 선거에 악재가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찍’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저녁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한 음식점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테이블에 앉아있던 젊은 남성을 향해 “설마 2찍, 2찍 아니겠지?”라고 말한 뒤 웃었고, 이 장면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2찍은 지난 대선에서 기호 2번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는 의미로, 극성 야당 지지자들이 여권 지지자들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이 대표가 오히려 국민을 갈라치기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는 논란이 커지자 9일 소셜미디어에서 “어제 지역구에서 사용한 2찍 표현에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에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상대 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모두 똑같은 주권자이고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발언 다음 날 사과문을 올리자 정치권에서는 “선거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이 대표가 신속히 사과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이 대표는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된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부의장을 향해 “단수 추천을 받았다”고 말했다가 두 차례에 걸쳐 사과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2찍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소셜미디어에서 “김건희 여사와 일대일 토론을 제안한다”며 “김건희 여사 대신 한동훈이 2분간 말할 기회를 줄 의향이 있다. 왜 2분이냐고? 그쪽은 2찍이니까”라고 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에서나 볼 수 있는 혐오 표현을 제1야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쓴 것이다.
여당과 제3지대 신당들은 이 대표의 2찍 발언을 일제히 비판했다. 국민의힘 호준석 대변인은 10일 논평에서 “뒤늦게 여론에 떠밀려 사과했다고 하지만, 국민을 편 가르고 비하한 이 대표 발언을 주워 담을 수는 없다”고 했다. 개혁신당 이재랑 부대변인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1당 대표”라며 “친명과 비명을 가르던 못된 습성이 이제는 시민들 편 가르는 데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미래 박원석 수석대변인은 “제1야당 대표가 한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귀를 의심케 하는 혐오 발언”이라고 했다.
경선에서 박광온 전 원내대표를 꺾은 김준혁(경기 수원정) 민주당 후보의 과거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정조를 연구해 온 역사학자로 당 전략기획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 ‘왜 이재명을 두려워하는가’란 책을 쓰기도 했다. 김 후보는 2019년 ‘나는꼼수다’ 출신 김용민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밤마다 여자애들 끼고 시바스리갈 처먹고” “하다 하다 더 데려갈 연예인도 없어 여고생들까지 불러가지고” “박정희와 최태민, 두 사람이 뽕 같은 거 맞아 가지고 여자들 데리고 파티를 하는 거지”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김 후보는 또 작년 11월 페이스북에선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입적에 대해 “자승 죽음이 석연치 않다. 왜 자꾸 궁정동 안가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궁정동 안가는 10·26 사태가 벌어진 곳이다.
방송을 진행한 김용민씨 역시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왔다가 “콘돌리자 라이스(전 미국 국무 장관)를 성폭행해 죽여야 한다” 같은 막말을 한 것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던 인사다. 김준혁 후보는 방송에서 퇴계 이황과 공민왕, 과거 왕들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자극적인 내용의 발언을 쏟아냈다. 각종 성적인 내용과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발언 수위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조차 “제2의 ‘김용민 사태’가 날 수 있다”며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영상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여당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장예찬(부산 수영) 국민의힘 후보가 과거 소셜미디어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난교 예찬”이라며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이냐.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했다. 장 후보는 “부도덕 행위를 옹호한 게 아니라 정치에서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정치적 의견을 밝힌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도태우(대구 중·남) 국민의힘 후보도 과거 유튜브 방송에서 “5·18은 북한의 개입 여부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도 후보는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정제되지 못한 개인적 발언들로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