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0일 대구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대구지역 당원 간담회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뉴시스

조국혁신당의 비례 정당 투표 지지율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 정당을 따라잡으면서 4·10 총선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당초 이번 총선은 민주당 우세로 시작됐지만 ‘비명횡사’로 상징되는 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 등장 이후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 등을 돌렸던 야권 지지층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에 나서면서 전체 ‘야권 파이’가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야권 성향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비례)을 찍기 위해 투표장에 나오면, 자연스럽게 지역구 민주당 지지율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조선일보·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0일 실시한 5개 주요 지역구 여론조사에서 비례 정당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에 조국혁신당은 지역별로 15~24%를 기록했다. 11일 공개된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비례 정당 투표에서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16%, 조국혁신당은 17%가 나왔다. 야권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이 지금 여세를 몰아간다면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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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지지층 분산을 우려하는 민주당은 ‘몰빵론(지역구·비례 모두 민주당)’을 강조하고 있으나, 조국혁신당이 총선 후엔 연대하거나 합당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2020년 총선에서도 친(親)조국 인사들이 모인 열린민주당이 비례 당선자 3명을 낸 후 민주당과 합당한 전례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당장은 경쟁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우리 편’이라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변에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다. 애초 국민의힘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창당 움직임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당선되더라도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면 의원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당’이 총선 판세에 의미 있는 변수가 되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이 예상 밖 돌풍을 일으키면서 비상이 걸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연대는 범죄자 연대”라며 바람 차단에 나섰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합쳐 150석 이상을 확보하면 사실상 좌파 진영의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오른쪽)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가수 리아에게 꽃다발을 건네주고 있다./뉴스1

정치권에선 민주당에 실망한 지지층이 조국혁신당으로 몰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 부정적이거나, 민주당에 비판적인 야권 지지층을 조국혁신당이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3년은 길다’ ‘윤석열을 끌어내리겠다’는 식의 구호가 야권 강성 지지층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비명횡사’ 공천에 등 돌린 친문 지지층도 조국혁신당으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진보당과 연대하는 데 비판적인 민주당 전통 지지층이 민주당 비례 정당 대신 조국혁신당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표에게 부정적인 호남 유권자 중 일부도 이낙연 전 총리의 새로운 미래 대신 조국혁신당을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민주당 기본 지지층인 친문·친명·호남 3축 가운데 친문·호남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이 비례 투표에서 약진하면 민주당은 비례 의석 상당수를 빼앗길 수도 있다. 11일 공개된 JTBC·메타보이스 여론조사 결과처럼 비례 정당 투표에서 민주당 위성정당 21%, 조국혁신당 19%가 나올 경우, 양당은 각각 10석과 9석을 얻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연대를 강조하면서도, 지지자들을 향해선 민주당에 지역과 비례표를 몰아달라는 이른바 ‘몰빵론’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의 약진이 결과적으로 투표율 상승을 불러와, 민주당 지역구 득표율도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조국혁신당 역시 “민주당과 우리는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야권 전체의 파이가 커진다는 것이고, 일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 구상이 먹혀들고 있다. 조 대표, 민주당을 탈당해 조국혁신당에 입당한 황운하 의원은 11일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조 대표가 자기가 주도하는 당에 ‘셀프 공천’을 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조국혁신당 현상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2선에 묻혀 있던 ‘정권 심판론’이 부각되고 여권 지지층 일부가 비례 투표에서 개혁신당으로 돌아서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그동안 여야 선거 구도가 ‘한동훈 대 이재명’ 대립으로 잡혀가는 흐름이었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이 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부으면서 국면 전환을 성공적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의 부상으로 한 위원장 대신 윤 대통령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민생 이슈보다 ‘검찰 독재’ 프레임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 공약에 집중해야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했다.

여당은 조 전 장관이 입시 비리 등 혐의로 2심까지 징역 2년 실형을 받았고, 최근 민주당을 탈당하고 합류한 황운하 의원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재판 중인 이재명 대표와 하는 연대를 ‘범죄자 연대’로 각인해 중도층 유입을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민주당과 조국 신당이 연대해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당이라는 이른바 ‘지민비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조 전 장관의 ‘피해자 행세’를 공격하기 위한 여권의 ‘스피커’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