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번 총선 선거대책위원회를 ‘한동훈 원톱 체제’로 구상 중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총리를 공동위원장으로 대규모 선대위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재판을 가야 하니 혼자 선거를 지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나는 이 선거를 지휘하기 위해 불려 나온 당 대표”라고 했다. 형식이 어떻든 자신이 선거전 맨 앞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민주당은 전열을 정비하는데 여당은 한 위원장 입만 쳐다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한 위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왜 아직 정부 심판론이 더 높은지 생각해야 봐야 한다”며 “원희룡·나경원·안철수 등 차기 대권 주자들과 공동 선대위를 구성해 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당 지지율은 반짝 상승했지만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민심은 좀체 움직이지 않고 있다. 본지와 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0일 실시한 지역구 5곳의 여론조사 결과 서울 마포을·인천 계양을·경기 성남 분당갑·경기 수원병 등 수도권 4곳 모두 ‘정부 견제론’이 ‘정부·여당 지원론’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겨레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8~9일 실시한 수도권 여론조사도 수도권에서 ‘정부 심판론’(53%)이 ‘정부·여당 지원론’(41%)보다 높았다.
한 위원장은 철도 지하화, 메가 서울(경기 도시의 서울 편입), 반도체 벨트 규제 완화 등 정책을 앞세워 수도권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 고양을 찾아 메가 서울 구상과 관련해 “주민이 원하는 대로 원샷법을 통과시켜 한 번에 해결하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대구 중·남구에 공천된 도태우 변호사와 관련해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도 변호사의 과거 유튜브 발언이 ‘5·18 폄훼’ 논란으로 번지자 당 지도부 내에서 “중도층이 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도 변호사는 지난 2019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5·18 민주화 운동에는 굉장히 문제적인 부분이 있고 북한의 개입 여부가 문제된다는 것이 사실은 상식”이라고 했다. 공천 확정 후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됐지만 정영환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은 지난 8일 “우리는 발언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당”이라며 “충분히 검토했다”고 했다.
하지만 11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일부 비대위원은 도 변호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공천 승인권을 갖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언론에 낸 입장문을 통해 “공관위에 도태우 후보 과거 발언 전반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면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이 공관위 공천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재검토를 요구한 것은 경기 고양정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