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부산을 찾아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뉴스1

경기 안산갑 공천을 받은 양문석 후보의 과거 ‘노무현 불량품’ 발언을 두고 막말 논란이 확산 중인데, 이재명 대표가 15일 밤 최고위 회의에서 이 사안에 대해 “정치인이 정치인에 대해 말한 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양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는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다.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친명계인 양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것”, “노무현 대통령 비하도 괜찮다는 말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는 15일 심야에 열린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한다. 회의에서 양 후보의 막말 논란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이 대표가 “사회적 약자나 특정 계층에 대한 비하 발언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정치인이 정치인을 공격한 걸 문제삼을 수는 없다. 정치인에 대한 공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무엇이 문제냐,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서울 강북을에서 정봉주 의원이 ‘막말 논란’이 불거져 공천이 취소됐지만, 양 후보의 막말 논란은 정 전 의원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양 후보는 지난 2008년 언론에 기고한 “미친 미국소 수입의 원죄는 노무현”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노무현씨에 대해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었다. 양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기억상실증 환자”라고 했고, 노무현 정부는 “실패한 정권”이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쓴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 불량품”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도 노 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경기 안산갑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은 양문석 후보. 사진은 2022년 5월 지방선거 당시 양 후보가 경남도지사에 도전했을 때의 모습./뉴스1

양 후보의 과거 발언이 알려지자,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논란이 커졌다.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부겸 전 총리도 양 후보 사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최고위 발언은 정 전 총리나 김 전 총리의 ‘조치 요구’ 등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안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있는데, 이 대표 발언의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양 후보는 당내 대표적 친명 인사다. 비명계를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바퀴벌레’로 표현했고, “수박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며 지난해 비명계 전해철 의원의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전해철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대표적 원조 친노 인사이기도 하다. 양 후보는 잇따른 거친 언사로 당으로부터 ‘당직 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지만 경선 기회가 주어졌고, 친명 강성 지지자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전 의원을 경선에서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