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막말 논란에 친윤(親尹)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의 공천을 전격 취소한 것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고 노무현 대통령 비하 논란이 불거진 친명(親明) 양문석 후보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분위기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여야가 후보의 막말 리스크를 다루는 태도가 대조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6일 장예찬 부산 수영구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대선 캠프에서 청년특보를 지낸 이후 여러 방송에서 적극적으로 여당 입장을 옹호하며 대표적 친윤(親尹) 스피커 역할을 해온 인사다. 부산 출신인 장 전 최고위원은 여당의 몇 안되는 청년 정치인 후보로 지난달 당내 경선에서 현역 전봉민 의원을 꺾고 국민의힘 수영 후보로 확정됐다.
하지만 오래전 장 전 최고위원의 SNS 발언이 하나둘 재소환되면서 발목을 잡았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이날 여론이 심상치 않자 “국민 정서에 반하고 공직후보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 상당수 확인됐다”며 장예찬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의결하고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과거 SNS에 ‘난교’ 발언에 이어 “동물병원을 폭파하고 싶다” “(한국컴패션) 추가 후원 결심. 남자들은 룸 두 번 갈 거 한 번만 가면 몇 명을 후원할 수 있는 거냐. 여자들은 백 좀 작작 사시고”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이 연달아 계속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여론이 악화하자 장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과거 부적절하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있어 심려를 끼쳤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공식 사과 했으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앞서 ‘5·18 폄훼’ 발언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힘 대구 중남구 도태우 후보에 대한 공천도 취소했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당내에서 경기 안산갑 공천을 받은 양문석 후보의 과거 ‘노무현 불량품’ 발언을 둘러싼 막말 논란이 확산하는데도 “뭐가 문제냐”는식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1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실패한 불량품’이라고 비하한 사실이 알려진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와 관련 “표현의 자유”라며 “다만 그 선을 넘냐 안 넘냐의 차이다. 주권자를 비하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 하남시 현장 기자회견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했다고 비난한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고 저 역시 마찬가지”라며 이렇게 말했다.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친명계인 양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것” “노무현 대통령 비하도 괜찮다는 말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양 후보는 지난 2008년 언론에 기고한 “미친 미국소 수입의 원죄는 노무현”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노무현씨에 대해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었다. 양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기억상실증 환자”라고 했고, 노무현 정부는 “실패한 정권”이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쓴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 불량품”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도 노 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양 후보의 과거 발언이 알려지자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고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부겸 전 총리도 양 후보 사안에 우려를 표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 국민 앞에서의 겸손함, 막말을 용납하지 않는 단호함이 선거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논란이 있었던) 도태우·정우택 후보에 대한 공천을 철회했고 (막말 논란이 있는) 장예찬 후보까지 공천 철회를 검토하고 있는데 우리 당이 이런 부분에서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