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막말 태풍’이 불고 있지만 여야의 대응 방식이 사뭇 다르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여당은 ‘5·18 폄훼’ 논란이 된 도태우(대구 중·남) 후보, 20대 때 서울시민의 교양 수준을 비하한 글을 올린 장예찬(부산 수영)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천안함 관련 음모론, 탈북민 비하 발언처럼 안보와 대북 관련 막말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은 2010년 사건 발생 이후 한국·미국 등 5국 전문가 74명이 참여한 민·군 합동 조사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렸고, 숨진 해군 장병 46명도 전사(戰死) 처리한 사안이다. 대법원도 ‘천안함 피격 사건은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는 22일 서해 수호의 날을 앞둔 유족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겠다면, 북한 소행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이 인천 부평갑에 공천한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과거 북한 어뢰 폭침을 부정하면서 “천안함이 폭침이라고 쓰는 모든 언론은 다 가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 원인이 아군 내부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인천 부평을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은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은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어뢰 피습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거기에 맞는 물증을 찾고 있다”고 발언해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는 북한 어뢰가 아닌 아군 기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도 제기했었다. 그는 천안함 사건 최종 보고서가 나온 이후에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고서에 11가지 문제점이 있으며 천안함 절단 원인은 어뢰의 폭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선전 책자에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한 연구원’이라며 박 전 차장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경기 화성병에 출마하는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지난해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향해 “무슨 낯짝으로 얘기를 하느냐. 부하를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민주당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의원도 “군인이라면 경계에 실패하거나 침략당한 부분에 대한 책임감도 결국 있다”고 최 전 함장 비난에 가세했다.
민주당의 탈북민 비하 전력도 재조명된다. 경기 시흥갑에서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2020년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의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질의를 두고 “변절자의 발악으로 보인다”며 “북에서 대접받고 살다가 도피한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 구로을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윤건영 의원은 문재인 정부 남북 관계에서 아쉬웠던 장면으로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의 탄생’을 꼽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울분을 토한다. 이성우 천안함46용사 유족회장(고 이상희 하사 부친)은 본지 통화에서 “야권 인사들이 ‘경계 실패다’ ‘부하를 수장시켰다’ 등 천안함 망언을 늘어놓을 때마다 고통스러웠고 그 결과 유가족 9명이 암으로 죽거나 투병 중”이라며 “이재명 대표도 과거 ‘천안함 잠수함 충돌설’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여 최 전 함장이 몇 차례나 면담 요청을 했는데 받아주지 않았고 사과도 안 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박선원 같은 사람을 공천하는 것은 큰 문제다. 이대로 넘어갈 수 없으니 항의 방문을 할 것”이라고 했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의 모친인 김오복 여사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억울하게 전사한 군인들과 남은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다”면서 “북한의 소행을 계속해서 부정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리더가 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