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호주 대사,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논란 대응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 사이의 잡음이 계속 커지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수도권 출마 친윤들까지 나서 이 대사의 즉각 귀국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은 공수처 수사의 부적절성을 언급하며 여당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여권 일각에선 올초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대응을 놓고 충돌했던 윤·한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공천이 종료된 이후에도 대통령과 여당이 이렇게 갈등하는 것은 이례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 수도권 후보들은 한동훈 위원장의 입장을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18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종섭 대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잘못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께서는 이거는 도피성 대사 임명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본인이 들어와서 조사받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게 맞다”고 했다. 황상무 수석에 대해선 “본인이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된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분당갑 후보)도 이날 선대위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황상무 수석에 대해 “인사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영입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황 수석에 대해 “국정에 너무나도 심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오늘이라도 당장 사퇴하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병에 출마한 김종혁 조직부총장도 이날 이종섭 대사의 즉시 귀국을 촉구하며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며 “제발 다들 정신 차리자”고 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친윤 진영에서도 이 대사의 조기 소환과 황 수석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 하남갑에 출마한 이용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실에서 이종섭 호주 대사를 즉각 귀국시키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황상무 수석에 대해서도 “사과는 충분히 했지만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수행실장을 지냈고, 올초 윤·한 갈등 때는 ‘윤심(尹心) 메신저’ 역할을 했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경기 성남분당을 후보도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이종섭 즉시 귀국, 황상무 자진 사퇴가 국민 눈높이”라며 “지체하지 마시라”고 했다. 여당 관계자는 “지난해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의 당대표 도전을 기를 쓰고 막으려 했던 친윤이 이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만큼 수도권 총선 민심이 나쁘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추가적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지난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참패한 것을 거론하며 “많은 반성을 하고, 많은 개선을 했다. 절박하게 뛰어왔다”고 했다.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직접 영향을 받는 동시에 전체 지역구 254석 가운데 122석이 걸린 수도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여당 지도부 인사들은 “수도권 민심을 강조하고 용산에 할 말을 계속 할 것”이라면서도 출구 전략을 상정하고 용산과 조율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정리된 입장을 밝힌 만큼 인사권자인 대통령 입장을 존중하며 여론의 추이를 보겠다는 것이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종섭·황상무 관련 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당정 갈등이 아니라 민심을 전달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선거가 20여 일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용산과 강대강 충돌로 가선 곤란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월 윤·한 갈등은 개인 갈등 성격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한 위원장과 수도권 후보를 중심으로 여당 다수의 의견이 일치된 상황”이라며 “용산이 무조건 거부하며 전면전으로 가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통령실은 수도권 후보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지역의 한 후보는 “대통령실은 이종섭, 황상무 이슈를 빨리 정리해 주고, 한 위원장도 수도권 격전지를 최대한 빨리, 여러 번 돌면서 대중이 알 만한 인물을 선거운동에 추가 투입하는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며 “지금 수도권 상황에선 윤·한 갈등은 사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