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전국 254곳 지역구 후보가 한자리에 모이는 공천자 대회가 열렸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는 끝”이라고 각오를 다졌지만 분위기는 무거워 보였다. 대통령실 문제와 비례대표 파동을 둘러싼 당·정 갈등 등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민주당에 180석을 내주고 참패했던 4년 전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용산이 미친 것 같다”는 원색적인 반응들이 나왔다. 민주당에 열세이거나 접전 지역이 많은 수도권 후보들일수록 위기감은 컸다.
김병민(서울 광진갑) 후보는 통화에서 “오늘 만나본 수도권 후보들 표정이 모두 어두웠다”며 “이종섭 호주 대사 문제든 황상무 대통령실 수석 문제든 지역 후보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사안들인데 투표를 3주 앞둔 시점에서 빨리 해결을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인천 14곳 선거구 가운데 우세 지역이 1~2곳에 불과할 정도로 인천 민심이 심각하다”며 “선거는 당이 치른다. 대통령이 치르는 게 아니다. 대통령실에서는 민심의 따가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윤 의원은 “당 지도부가 대통령실에 현재 민심을 말씀드려야 한다. 그게 당정 간의 소통”이라고 했다. 유의동(경기 평택병) 의원은 “지금 중도층은 다 날아갔다.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모르겠다”며 “수도권은 4년 전보다 상황이 안 좋다. 이 대사·황 수석 문제를 두고 아무리 이재명·조국을 공격하면 뭐 하느냐”고 했다. 이날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한다는 호재가 나왔지만 여권의 악재에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최재형(서울 종로)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이 대사를 귀국시키고 황 수석을 경질하는 지엽적인 것이 아니라 이관섭 비서실장의 교체부터 시작해 대통령실의 전면 쇄신을 요구해야 한다”고 썼다.
기록적인 참패를 했던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얻은 의석처럼 또다시 ‘서울 49석 중 8석+α’ ‘인천·경기 72석 중 8석+α’ 전망이 나올 정도로 기준점이 내려갔다. 이 대사와 황 수석 문제가 논란이 된 후인 지난 15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서울 지지율은 전주 대비 15%p 하락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불출마 선언을 한 김웅(서울 송파갑) 의원은 “‘한강 벨트’는 다 어려워진 것 같고 송파갑, 서초을도 어려워진 것 같다. 100석도 흔들흔들하는 듯 보인다”며 “선거는 ‘죽어도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팀이 이기는데 지금 국민의힘이 그런 상황이냐.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성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의원은 “민주당은 갈등이 정리되는 느낌인데 우리는 데이터상으로도 하향·정체”라며 “이러면 5%p 차이로 지는 경기도 접전 지역에서 턱걸이를 못 넘는다”고 했다.
결국 대통령실의 결자해지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호준석(서울 구로갑) 후보는 “만나는 지지자들마다 ‘이러다 선거 망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한다”며 “(이 대사 문제 등이) 큰 변수인데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윤희숙(서울 중·성동갑) 후보는 “우리 지지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후보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어 현재 상황에 대해 굉장히 야속해 하고 있다”며 “매일매일 중도층 마음이 냉담해지는 게 느껴진다. 두 분의 자발적 사퇴가 필요하다”고 했다. 함운경(서울 마포을) 후보는 “이 대사는 귀국해서 수사 대기하고, 황 수석은 사퇴해야 한다”며 “지금 별것도 아닌 것으로 우리 후보들이 코너에 몰려 있다”고 했다.
김경진(서울 동대문을)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현재는 선거 기간이고 선거 때는 국민이 주권재민 원칙을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대통령이 읍참마속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락했다. 전망이 아니라 실제”라며 “빠른 시일 내에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최근 당·정 갈등 논란 관련, “선거가 불과 3주 남았다”며 “선거를 코앞에 두고 ‘친윤’ ‘비윤’과 같은 분열의 언어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