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국회의원 후보가 작년 변호사 시절, 어린이 성폭행범을 변호하면서 “피해 어린이가 성병에 걸린 것은 다른 성관계 때문일 수 있다”며 아이의 아버지가 성병을 옮긴 것일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폈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심 재판부는 모두 그 주장을 기각했다.
정치권에서는 조 후보의 공천을 계기로 과거 수임 사건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13세 미만 미성년자 위계 등 간음 혐의로 기소된 체육관 관장 A씨에 대한 항소심이었다.
이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당시 10살이던 피해 아동을 위력으로 간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나 자신의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뒤늦게 수사와 재판이 이뤄졌다. 2021년 피해 아동을 진료한 산부인과 의사는 “과거에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됐다”는 의견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범행 당시의 특이한 상황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검사가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했다며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런 A씨의 항소심 변호를 조 후보가 맡았고, 항소 이유로 산부인과 진단서를 문제 삼았다.
“범행일로부터 3년 정도 경과한 후의 것으로서 3년 사이 다른 사람과의 성관계로 진단이 내려졌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었다. 조 변호사는 또 제3자에 의한 피해 가능성을 주장하며 ‘아버지’도 언급했다. 판결문에는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가 아버지 등 다른 성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했음에도 위와 같이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 후보의 이러한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가 초등학생 시기에 A씨가 아닌 다른 사람과 성병까지 옮을 정도로 많은 성관계를 가진 다음, 이를 은폐하기 위해 3년 전에 그만둔 체육관 관장에게 덮어씌우는 것’이 되는데, 그러한 정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의 부모가 ‘피해자가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맺었을 뿐, A씨는 범행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씨를 무고했다’는 등의 ‘희박한 가능성’을 들어 피해 아동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조 후보는 A씨 사건의 상고심도 변호를 맡았으나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밖에도 조 후보는 과거 다수의 성폭력, 미성년자 추행 사건에서 가해자 측 변호를 맡아 논란이 됐다. 2018년 여고생을 성추행한 강사를 변호했고, 2021년에는 여성 208명의 몰카를 찍고 음란물 사이트에서 몰카 촬영물을 다운로드받은 남성을 변호했다. 작년 9월에는 10세 여아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학대한 사건 가해자를 변호해 집행유예를 받아냈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조 후보는 또 사건 수임을 위해 쓴 블로그 홍보글에서 성범죄 가해 유형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성범죄에 한해 무죄 평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논문에서 배심원들이 ‘강간통념’을 가지고 피해자다움을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여성계는 후보직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전국 146개 단체로 이뤄진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는 19일 성명에서 “’강간 통념’, ‘피해자다움’에 관한 편견은 성범죄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가볍게 하고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어렵게 한다”며 “이러한 통념과 편견을 활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조언하는 인물은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조 후보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과 국민께 송구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제가 과거 성범죄자의 변론을 맡은 것과 블로그를 통해 홍보한 것은 변호사로서의 윤리규범을 준수하며 이루어진 활동이었다”며 “그러나 국민들 앞에 나서서 정치를 시작하는 국회의원 후보로서 심려를 끼친 것에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변호사에서 국민을 위한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