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4.3.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성범죄자 변호 이력’으로 논란이 된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인 조수진 변호사가 22일 새벽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19일 이 지역 현역 박용진 의원과의 재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을 받은 지 3일 만이다. 조 변호사가 최근까지 성범죄 가해자 측에 서서 “피해자는 아버지에게 당한 것” “피해자다움 부족” 등과 같은 변호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계는 물론 당내에서도 반발이 커졌고, 결국 후보 등록일 마지막날 자진 사퇴를 하게 됐다.

조 변호사는 이날 0시46분 페이스북에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저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똑같은 자세로 오로지 강북구 주민과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려고 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국민들께서 바라는 눈높이와는 달랐던 것 같다”며 “제가 완주한다면 선거 기간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더 이상의 당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했다. 총선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이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전날 오후까지도 “공천 번복은 없다” “여당은 더하다”며 조 변호사를 비호했었다. 조 변호사 역시 전날 지방 의원들을 만나 “지금은 얻어맞고 있지만, 좀 있으면 지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나치게 패륜적이고 반(反)인권적인 변론 내용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밤 사이 분위기가 급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밤 늦게까지 조 변호사 조처를 논의한 뒤, 자진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양인성

조 변호사는 지난해 초등 4학년 여아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해 성병에 걸리게 한 태권도 관장을 변호했다. 피해 여아는 산부인과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증’ ‘생식기 사마귀’ 등의 진단을 받았는데, 조 변호사는 “아버지 등 다른 성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피해자가 상상을 현실로 인식하는 정신병의 일종인 ‘작화증’을 앓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피고인은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조 변호사는 2022년 30대 여성 환자를 성추행한 한의사를 변호하면서 피해자에게 “피해자답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당시 가해자가 피해자를 진료하다가 속옷 아래로 손을 넣어 중요 부위를 만지는 추행을 했는데, 조 변호사는 “그 자리에서 항의하거나 간호사 등에게 알리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일반적인 성추행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른바 ‘피해자다움’의 행동 양식이 존재한다거나 그것이 부족하다고 하여 그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단정해선 아니 된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조 변호사가 성범죄 혐의자에게 ‘강간 통념’을 적극 활용하라고 홍보한 것도 논란이 됐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성폭행 피해 아동에 대해 법을 가장한 2차 가해를 서슴없이 자행한 조 변호사의 공천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일반적인 사회 통념에 벗어나는 식의 변호”라며 조 변호사 공천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의 비호 분위기 때문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때처럼 자기 진영에만 관대한 ‘내로남불’이 또 발휘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로써 강북을은 민주당 후보 2명이 연달아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당 지도부가 ‘졸속 공천’을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북을은 당초 정봉주 전 의원이 박용진 의원을 경선에서 이겨 본선 진출이 확정됐으나, ‘목발 경품’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됐다. 조 변호사 역시 박 의원과의 재경선 과정에서 성범죄 변호 이력이 보도돼 논란이 됐으나, 강성 지지층이 포진한 ‘전국 권리당원 투표’와 여성·신인 가산점(25%) 덕에 후보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