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1%가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자 36%보다 15%포인트 많았다. 이념 성향이 중도라고 한 응답자의 58%도 야당의 승리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절반이 안 되는 26%만이 여당 승리를 바란다고 했다.
2020년 총선 일주일 전인 4월 7~8일 한국갤럽 조사에선 당시 여당인 민주당의 승리를 바란다는 응답자가 51%였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비롯한 당시 야당의 승리를 바란다는 응답자는 40%였다. 둘의 격차는 11%포인트로 현재의 15%포인트보다 작았다. 이런 여론 흐름이 지속된다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보수가 기록적 패배를 기록한 2020년보다도 더 ‘정권 심판론’이 강한 상황에서 투표일을 맞이하게 된다.
최근 발표하는 지역구별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도하고 있다.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18~20일 시행한 조사에서 서울 종로의 민주당 곽상언 후보는 49%로, 31%인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에게 18%포인트 앞섰다. 승부처인 ‘반도체 벨트’ 경기 화성을에서도 민주당 공영운 후보가 42%를 받은 반면, 국민의힘 한정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각각 20%에 못 미쳤다. 여권 우세 지역으로 평가받는 성남 분당갑·을에서도 국민의힘 안철수·김은혜 후보가 민주당 이광재·김병욱 후보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MBN·매일경제 의뢰로 넥스트리서치가 17~18일 조사한 여론은 수원병에서도 민주당 김영진 후보가 45%로, 국민의힘 방문규 후보 37%에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을 비롯해 화성, 용인 등 경기도 지역은 ‘반도체 벨트’로 묶어 정부 여당이 집중 지원해온 곳이지만, 여당이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분당에서 혼전 양상이면 다른 수도권 접전 지역은 대부분 민주당 우세라고 보면 된다”며 “수도권 선거가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비례대표 투표 의향 조사 결과까지 감안하면, 민주당 계열 정당들의 의석은 2020년 총선보다 늘어나리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020년 4월 총선 직전 한국갤럽 조사에선 민주당 비례 정당과 ‘열린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각각 23%, 8%로, 둘을 합해 31%였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에 투표한다는 응답자는 22%였다. 이번 조사에선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찍겠다는 응답자가 30%로 늘었고, 민주당 비례 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을 찍겠다는 응답자는 23%로 똑같았지만,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2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몫을 합하면 45%나 된다. 개혁신당 5%, 새로운미래와 자유통일당 각각 2%, 녹색정의당 1% 등으로 이른바 ‘제3지대’ 몫은 줄었다. 각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 공천이 마무리되고 윤 대통령이 다시 등장하면서, 그동안 다른 이슈에 가려 있던 ‘정권 심판론’이 다시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민주당’에 모두 비판적이었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낸 결과”라며 “이런 유권자들이 ‘비례는 조국혁신당, 지역구는 민주당’이란 선택을 하게 되면 2020년처럼 민주당 압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여권은 윤 대통령이 보이지 않아야 그나마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인데, 윤 대통령이 고집스럽게 계속 등장하고 있어 지금 구도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