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고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까지 추월하고 있다. 하지만 조국 대표의 유세 현장을 가보면 4050 지지자가 대부분이고 20대는 찾아보기 어렵다. ‘진보 중년’들의 지지가 뜨거울수록 20대 반응은 싸늘하다. “외신을 보는 것 같다” “관심조차 없다”는 식이다. 25일 공개된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도 20대의 조국혁신당 지지도는 2%(서울 동작을, 중성동갑), 5%(서울 종로, 경기 남양주병)에 불과했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그래픽=김성규

회사원 윤정혜(27)씨는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받은 조 대표가 총선으로 재기를 앞둔 현 상황에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며 “범죄자가 유력 정치인이 되는 현실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남미 같은 데서 벌어지는 일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황모(26)씨는 “당명에 자기 이름을 넣은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고 했다. 대학생 강모(22)씨도 “입시 비리를 저지른 조국이라는 인물이 당의 정체성이니 처음부터 20대에게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가 헬스 트레이너 정모(27)씨는 조국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치 자체에 관심이 없다”며 “이번 총선에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조 대표의 ‘검찰 독재 종식’뿐 아니라 여당의 ‘운동권 청산’ 구호에도 “뭔 말을 하는지 관심도 없다. 다 똑같은 인간들”이라고 했다. 연세대생 오창민(23)씨는 “대학생들은 ‘극단’ 자체를 싫어한다”며 “우리끼린 국민의힘 지지한다는 얘기도 쉽게 못 하는데 조국 지지는 상상도 못 한다”고 했다. 조국 대표가 당을 만들었다는 사실조차 관심 없는 20대도 적잖았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상당수 20대는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조 대표 자녀의 장학금 특혜, 증명서 위조, 대리 시험 논란에 경악을 넘어 정치 자체에 환멸을 느꼈다고 한다. 취업준비생 신용철(27)씨는 “민주당의 대선 패배 역시 조국 사태에 20대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9년 9월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반대 집회 및 조민 입학 취소를 촉구하는 네 번째 촛불집회에 참가한 고려대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운호 기자

회사원 박모(25)씨는 “평생 혹독한 경쟁을 해온 20대가 제정신이면 조국을 지지할 수가 없다”고, 송모(26)씨는 “20대는 조민 때문에 부당하게 자기 자리를 잃어버리는 사람이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윤서(26)씨는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취업할 때까지 지긋지긋하게 시험 보고 경쟁한다”며 “조국은 ‘교수 부부’ 인맥을 총동원해 억지로 자녀에게 스펙을 챙겨줬다가 적발당하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했다.

연구소에서 인턴 중인 강모(26)씨는 4050 조국 지지자들이 ‘고작 표창장’ ‘그 정도는 강남 학부모들이 다 하는 수준’이라는 식으로 조 대표를 비호하는 것을 두고 “요즘은 ‘인턴이 금턴’이란 말이 있을 만큼 하기 어렵다”며 “4050이 조국에게 감정 이입하는 현상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서울의 한 벤처캐피털 업체에서 근무하는 조정선(29)씨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가장 시원하게 풀어줘서 뜨는 것 같다”며 “현 정부가 금감원 등에 검사들을 앉혀서 업계에서도 싫어하는 여론이 상당하다”고 했다.

대학원생 김정현(28)씨도 “입시 비리 자체는 괘씸하지만 본인과 가족은 대가를 치렀다”며 “반면 윤석열·한동훈으로 상징되는 검찰은 자기 식구는 기소는커녕 수사조차 안 하는 부패 집단이라는 인식이 훨씬 강하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대변인은 “아직도 20대가 많이 화가 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그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당 차원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