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이 200석 이상을 차지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정부 주도의 법안 통과도 거의 불가능하고, 개헌과 탄핵 추진 가능성 등으로 정부 운영이 극심한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정인성

200석이 넘으면 일단 개헌안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야당 뜻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현행 헌법을 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로 발의, 재적의원 3분의 2 (200석)이상 찬성으로 통과된다. 물론 국민투표(과반 투표에 과반 찬성)를 거쳐야만 개헌이 완료된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역시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선고 때까지 대통령 권한은 정지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유세에서 “본분을 잃어버린 일꾼은 해고” “집에 가라고 해야” 등 탄핵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 박지원 후보 역시 “200석을 만들면 윤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고 했었다.

일단 야권 관계자는 “정말 200석이 나온다면 즉각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극심한 혼란으로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탄핵보다는 개헌안에 윤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키는 부칙을 삽입해 조기 대선을 치르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학계에선 헌법 개정 당시의 현임 대통령의 임기를 조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반론도 많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도 무력화된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으면 국회에서 다시 법률안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종 쟁점 법안도 민주당 뜻대로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양곡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 3법, 이태원 참사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범야권이 200석을 얻으면 대통령 거부권이 아예 무력화되고 현 정부는 사실상 식물 상태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일단 ‘김건희 특검’부터 다시 통과시켜 김 여사의 양평 고속도로, 주가 조작, 명품백 수수 등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채 상병 특검’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지난해 여름 채 상병 순직 당시 대통령실이 어느 정도로 개입했는지 등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탄핵을 위한 명분 쌓기로도 이용될 수 있다.

다만 예산은 야당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헌법에 ‘정부 동의 없이 예산 금액을 늘리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명시돼 있어, 야당이 정부의 동의 없이 힘으로만 밀어붙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