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의료계·대학 주요 인사들을 만나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한 달 넘게 이어진 ‘의료 파행’ 문제를 다룰 정부·의료계 협의체 구성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에 내년도 예산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 윤을식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장,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과 2시간 넘게 논의했다. 이른바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을 수련 병원으로 두고 있는 서울대·울산대·연세대·성균관대·가톨릭대 총장들과 고려대 총장도 참석했다. 의대 교수, 전공의 관련 단체는 참석하지 않았다.
한 총리는 “많은 국민과 환자 분들이 이해 당사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끼리 건설적인 대화체를 구성해 서로 입장을 이해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화해 나가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 인력 수급을 주기적으로 재검토하되, 시기와 방법을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해 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내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매년 의대생을 2000명 더 뽑고 이후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인데, 재검토 시기와 방법을 조정해달라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 교수, 전공의를 참여시켜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당에선 의대 증원 규모를 의사들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울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의대 2000명 증원’ 정부안과 관련해 타협이 가능하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화를 하면서 의제를 제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은 이날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비공개 면담 뒤 “‘2000명 증원’ 정부안을 재검토하자”고 했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한 총리와 의료계 대화를 환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충북 한국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간담회를 갖고 “의료계에 내년도 의료 예산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5학년도 의대 입원 정원 2000명 증원과 학교별 배정을 최근 확정했고, 대학 입학 전형 반영 등 후속 조치를 5월 내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