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 세종 이전을 제안하고 야당이 호응하면서 1975년 여의도 국회의사당 준공으로 시작된 ‘여의도 정치 시대’가 막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세종시에 국회 분원인 세종의사당 건설이 추진 중이어서 총선 후 정치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경우 세종의사당 준공 시점인 2031년에 완전 이전도 가능하다. 세종시를 미국의 워싱턴DC처럼 정치·행정 수도로, 국회가 떠나는 여의도는 고도 제한을 풀어 뉴욕 같은 ‘금융·문화 시티’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래픽=박상훈

국회는 현재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국회 세종의사당을 건설하는 방안을 확정한 상태다. 국회 세종의사당 부지는 여의도 국회 부지(33만㎡)의 2배 가까운 63만㎡ 규모다. 국회는 지난해 국회 규칙을 개정해 산하 12개 위원회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를 세종으로 이전하고 국회도서관 분관을 세종에 신설하기로 했다. 사업비는 3조6000억원이 들 것으로 국회는 추정했다. 국회 관계자는 “올 상반기 사업비를 최종 확정하고 2031년 완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국회의장실, 의원회관, 국회도서관 등은 여의도에 남는 계획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한발 더 나아가 의장실, 의원회관 등 국회 모든 시설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세종에 큰 부지가 있고 여기 남겨두기로 했던 몇 개가 더 가는 것은 새로운 비용이 크게 드는 건 아니다”라며 “예정된 공사 일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를 완전히 이전해도 예산이나 시기(2031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헌법이나 국회법에는 국회 소재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국회 세종의사당도 국회법에 세종의사당을 둘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해 추진됐다. 다만 국회 전체를 이전하려면 총선 이후 여야 합의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정치권에선 헌법 개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특별법으로 추진되던 ‘수도 이전’을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대통령과 국회의 소재지가 서울에 있다는 점을 들었다.

국회의사당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서쪽의 모습. 고도 규제 때문에 높은 건물이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한 후 고도 규제를 풀어 국회 주변을 런던·홍콩과 경쟁하는 금융 중심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지호 기자

헌법 전문가들은 의견이 엇갈렸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배보윤 변호사는 “헌재 결정 취지는 국회가 서울에 일부 남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국회가 완전 이전하려면 법률이 아닌 개헌을 통해 국회 완전 이전 근거를 만들든가 국민투표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대통령제에선 대통령이 서울에 있는 게 중요하다”며 “국회를 완전 이전해도 헌재 결정에 어긋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가 세종으로 완전히 이전하면 서울시는 국회 주변에 대한 고도 제한을 해제할 수 있다. 현재는 여의도 국회 주변은 국회의사당의 높이(60m)를 고려해 지점에 따라 높이 41m나 51m 이하 건물만 지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사, 호텔 등 고층 건물이 밀집한 여의도 동쪽과 달리 국회가 있는 여의도 서쪽은 개발이 지연돼 왔다. 서울시는 지난해 국회 주변 고도 제한을 75~170m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국회사무처는 경호 문제로 반대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국회를 세종으로 완전히 이전한 후 고도 규제를 풀어 국회 주변을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또 보존 가치가 있는 국회의사당 건물은 보존하되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이나 영국 테이트모던 같은 전시공간으로 바꾸자고 했다. 여의도 국회 부지는 33만m²(약 10만평)에 달한다. 한 위원장은 “여의도는 런던·싱가포르·홍콩과 경쟁하는 금융 중심지가 될 것”이라며 “여의도와 인접한 마포, 영등포, 동작, 양천, 용산 등에서도 연쇄적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서 함께 적극적으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여의도를 거점으로 한강벨트 일대를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한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여의도는 아시아 금융 허브와 핀테크 중심지로 발전시키고, 국회 부지는 시민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녹지 생태 공원 조성을 제안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