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29일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양문석 후보의 ‘강남 아파트 사기 대출’ 논란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감독을 받는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오는 1일 현장 검사를 할 예정이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소득이 없는 대학생 딸 명의로 대출이 가능한지 의문이며,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딸 명의의 사업자 대출은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이어 “검사 결과 위법 부당한 사항이 발견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대출금 회수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양 후보는 2021년 대학생 신분이었던 딸(26)이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서 사업자 대출 11억원을 받아 부모 명의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137.1㎡·약 41평) 구입에 보탠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대출 규제를 무력화시키면서 사업자 대출을 주택 구입 용도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기 대출’ 의혹도 커지고 있다.
양 후보가 아파트를 31억원에 매입한 시점은 2020년 11월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15억원 초과 ‘초고가 주택’엔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을 보면 당시 인천 소재의 한 대부업체가 양 후보의 집에 7억5400만원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으로 나온다. 이 집을 담보로 6억원 상당을 빌렸다는 얘기다. 대부업체는 12·16 대책 적용을 받지 않았다.
작년 기준 대부업체 28곳 신규 대출 평균 금리는 19.9%. 양 후보는 고금리 대출을 5개월 뒤 갚았다. 선관위 재산 자료를 보면, 양 후보는 2020년 3800만여 원, 2021년 9900만여 원 소득세를 신고했다. 선관위에 신고된 양 후보의 주요 경력은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현직)과 방통위 상임위원(2010~2014년)이 전부다.
2021년 4월, 양 후보 딸이 대구 수성 새마을금고에서 11억원을 대출받았고 대부업체 근저당권은 말소됐다. 대신 새마을금고가 양 후보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양 후보는 28일 본지 통화에서 “편법적인 주택 담보 대출인 것 같다”며 “대구에 있는 저축은행이 영업을 세게 했던 모양이죠. 그래서 부동산을 통해 우리한테까지도 왔던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이 대출은 주담대 명목이 아니라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사업자 대출이었다. 새마을금고 역시 12·16 대책에 따라 정부 대출 규제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었다. 예금 150만원을 신고한 양 후보자 딸은 2022년 이전 5년간 신고한 소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납부·체납 내역이 없다. 그런데도 대학생 딸을 ‘자영업자’ 신분으로 꾸며 대출을 받았다.
수성새마을금고는 “사업자 대출은 자영업에 쓰라고 내어주는 대출이고, 양씨가 제출한 사업자 대출 서류에 문제가 없었기에 대출을 내줬던 것뿐”이라고 했다. 이어 “주택 구입 자금으로 쓰는 줄 알았다면 당연히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런 수법의 대출이 2022년 금감원이 대거 적발한 ‘저축은행 작업대출’과 유사한 형태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자격이 없는 개인 차주를 사업자로 둔갑, 대출액을 늘려 주택 구입 자금으로 우회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행위다. 이 과정에서 서류 위·변조 등도 발생한다고 한다. 대출 브로커 등이 관여한 조직적 행위일 가능성도 있다.
2021년 4월 “사업을 한다”며 11억원을 빌린 양 후보 딸은 같은 해 10월 캐나다 밴쿠버에 어학 연수를 갔다는 블로그 기록을 남겼다. “다른 애들이 겪지 못하는 (유학) 특권이 탐났다” “속물이고 캥거루족인 나는 엄마·아빠 잘 만난 복도 누리고 싶었다”는 일기가 논란이 되자 블로그 기록은 모두 사라졌다.
법조계에서는 ‘사기 대출’ 가능성을 거론했다. 검찰 관계자는 “은행에 허위 서류를 제출하고 돈을 빌렸다면 사기죄”라며 “대부업체를 끼워넣고, 그 돈을 갚기 위한 대출이라고 소명하더라도, 실질적·상식적·결과적으로 대출금이 주택 구입 자금으로 쓰인 게 명백하다면 은행을 상대로 한 사기죄가 충분히 성립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자가 대출 약관상 용도와 달리 유용할 경우 금융기관은 대출금을 회수해야 한다”고 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사업을 할 생각이 없으면서도 사업자 등록 후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면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 후보는 29일 ‘사기 대출’ 추가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들으려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엔 고객들 항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당시 양 후보 딸 대출을 담당한 직원은 퇴사했다고 한다. 자영업자들은 11억원의 사업자 대출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모(35)씨는“11억원은 엄청나게 큰 액수인데 사업자등록증을 비롯, 매출 증빙 자료, 직원 현황 등을 은행에서 꼼꼼하게 실사(實査)하지 않으면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양씨 딸이 낸 서류가 위·변조됐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우리는 단 몇천만 원 대출도 자격 미달, 서류 미비 등으로 퇴짜 맞기 일쑤”라며 “대학생 11억원 사업자 대출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영끌’ 대출을 알아봤던 직장인·청년들도 “당시 정부 규제로 아파트 가격의 50%도 대출이 안 나와서 구입을 포기했는데 우리가 모르는 다른 세계가 있었던 것 같다”며 허탈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