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양문석 후보가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총선 후보자 대회에 참석해 이마에 손을 짚는 모습. 양 후보는 2021년 강남 아파트 구입을 위해 대학생 딸을 앞세워 새마을금고에서 사업자 대출 11억원을 받은 뒤, 사업하는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허위 억대 물품 구입 서류까지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뉴스1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사면서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원의 사업자대출을 받아 ‘불법 대출’ 논란이 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 측이 사업자로 위장하기 위해 새마을금고에 허위의 억대 물품구입서류를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목적과 달리 주택구입자금 용도로 쓴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출금을 회수당하다 보니, 이를 피하려 허위 서류를 꾸민 것으로 보인다. 양 후보의 대학생 딸은 그로부터 몇 달 뒤, 캐나다 밴쿠버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양 후보는 11억원 사업자 대출과 관련해 “새마을금고에서 방법을 제안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30일 페이스북에 금고 측에서 ‘딸 명의로 사업운전자금 명목으로 대출받아 대부업체와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갚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문제가 없겠느냐는 자신의 질의에 ‘업계 관행이라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의 대출을 내준 대구수성새마을금고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31일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수성새마을금고는 “대출모집인(대출알선업체)을 통해 소개받은 대출로, 정상적인 사업자금 목적의 대출인 줄 알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출 당시 양 후보 딸은 사업자 등록을 한 지 4개월이 넘은 사업자등록증을 냈고, 사업자대출 후에는 5억원가량의 물품을 구입했다는 서류도 제출했기 때문에 금고에선 실제로 사업을 준비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금고 측 해명이 맞다면 수성새마을금고는 양 후보 딸에게 기망당한 사기 피해자가 된다. 반면 양 후보는 “사기대출이라 함은 사기를 당해 피해 입은 사람이나 기관이 있어야 한다. 의도적으로 대출기관을 속여야 한다”고 했다. 금고 측이 먼저 제안했기 때문에 금고 측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양측의 진실 공방은 1일부터 진행되는 수성새마을금고 현장검사를 통해 진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해당 금고의 대출 실무자가 이 사건이 터지기 전에 퇴사했다”며 “금고 실무 직원이 중간에서 대출모집인, 양 후보와 짜고 부정하게 사업자대출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했다.

양문석 후보의 대학생 딸이 물품구입대금 내역으로 제출한 금액은 5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11억원의 사업자대출 가운데 기존 고금리 대부업체 대출 6억원 정도를 상환하고 난 나머지 금액을 물품 구입에 썼다고 증빙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업자대출을 받으면 3개월 안에 실제 그 자금이 사업에 쓰였다는 점을 증명해야 대출이 회수되지 않는다. 양 후보 딸은 이 같은 금고의 사후점검을 통과하기 위해 물품구입 서류를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양 후보가 새마을금고에서 대출받은 돈을 모두 기존 고금리 채무(대부업 대출 및 사채)를 상환하는 데 썼다고 시인했기 때문에 물품구매내역서는 허위로 보인다. 양 후보는 입장문에서 “새마을금고에서 11억원의 대출을 받은 뒤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 6억3000만원, 지인들께 중도금을 내면서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많게는 몇천만원까지 빌린 돈을 한꺼번에 갚는 데 약 5억원 등 11억원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양 후보 딸이 물품을 구입하는 데 쓴 돈은 없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양 후보 딸이 제3자가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꾸며 제출했을 경우엔 사문서위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그간 금융 당국이 대대적으로 단속해온 불법 작업 대출과 흡사하다. 금감원은 전형적인 불법 ‘작업 대출’ 사례로 ‘주택 구입에 사용된 기존 대부업체 가계주택담보대출을 저축은행의 사업자주담대로 상환하고, 남은 금액은 사업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도록 서류를 위·변조하는 것’을 꼽았다.

양 후보 딸이 받은 11억원의 사업자대출은 이자만 갚는 만기일시상환 방식이다. 이 역시 가계대출 규제를 우회한 ‘꼼수’다.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원금+이자) 분할상환을 의무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하면 매월 상환 부담이 훨씬 커진다.

이자만 갚는다 하더라도 2021년 4월 새마을금고 신규 대출 평균 금리 연 3.85%를 적용할 때 매달 352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양 후보는 본지에 이 이자를 그간 아내가 대신 내왔다고 밝혔다. 딸 명의 대출 이자를 부모가 대신 갚고 이에 대한 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면 증여세 탈루에 해당할 수 있다.

민주당 강민석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당 입장을 묻는 질문에 “입장을 안 내는 것이 아니라 개별 후보가 대응할 문제는 개별 후보가 대응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후보는 이번 총선에 나선 대표적인 친명 주자이고, 안산갑은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아직까지는 개별 지역에서 ‘양문석 좀 해결하라’는 여론이 쏟아지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번 주에 사전투표가 시작되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