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말을 잇따라 하고 있다. 20대 대학생 딸을 앞세워 사업자 대출 11억원을 받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구입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는 ‘사기 대출’ 논란과 관련, “우리 가족의 대출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우리 가족이 의도적으로 새마을금고를 속였느냐. 새마을금고는 대출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단 한 번이라도 확인 과정을 거쳤느냐”고 했다.

실제 사업을 하지 않는 대학생 딸 명의로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어 위·변조된 매출 증명서 등을 제출했다면 새마을금고를 상대로 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다른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선의의 피해자가 됐을 수 있었음에도 양 후보는 “피해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일가의 입시 비리와 관련, “딸(조민)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의학전문대학원에 떨어진 적 없다”고 했던 주장과 겹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 후보가 31억원에 구입한 아파트 시가는 현재 40억원을 호가한다. 그는 지난달 28일 본지 통화에서 자기 가족이 방배·반포 전셋집을 전전한 세입자였다며 “전셋값이 폭등하면 또 쫓겨났다”고 했다. 셋집 한 곳은 방배롯데캐슬이었다는데 가장 작은 평수 전세가가 10억원이다. 경남도지사와 통영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그는 “제가 통영과 서울을 오가니까 강남고속터미널에서 가까운 데로 간 것”이라며 “가장 싼 데가 거기(잠원동 아파트)였던 모양”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 감정을 다소 의식한 듯 “근데 뭐 그걸 싸다고 얘기하면 안 되는 것이다. 워낙 비싼 아파트니까”라고도 했다.

그래픽=박상훈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는 1년 만에 재산이 40억원 증가했는데 변호사인 남편이 다단계 사기 변호로 22억원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이를 두고 지난달 28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 “통상 전관으로 검사장 출신이 착수금을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 받는 걸로 알고 있다”며 “남편의 경우 전체 건수가 160건이기 때문에 전관으로 한다면 160억원을 벌었어야 한다”고 했다. 남편 역시 “윤석열 정권에서 전관예우를 받을 입장도 아니고, 그럴 의사도 없었다”며 수임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회사원 김정문(28)씨는 “1년 재산 증식 40억원, 수임료 20억원도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 얘기인데 160억원 운운하며 해명하니 말문이 막힌다”고 했다. 그럼에도 조국 대표는 전관예우 혜택을 받은 것 같지 않다며 박 후보 부부를 감쌌다. 조 대표는 31일 경남 창원에서 관련 질문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박 후보 남편이 사과했다”며 “이런 문제로 박 후보를 사퇴하라고 한다면 윤석열 대통령도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반 국민의 삶에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발언은 여권(與圈)에서도 속출했다. 국민의힘 이수정(경기 수원정) 후보는 최근 ‘875원 대파’ 논란과 관련, “875원은 대파 한 단이 아니라 한 뿌리 가격을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대파 한 봉지에 몇 뿌리가 있느냐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며 이같이 말했다가 거센 반발을 자초했다.

집집마다 꽂힌 선거 공보물 - 4·10 총선을 열흘 앞둔 31일, 경기 부천의 한 아파트 단지 우편함에 선거 공보물이 꽂혀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이 후보는 소셜미디어에서 양손에 대파를 들고 나와 “제가 오늘 대파 격파한다. 두 단에 5000원밖에 안 한다”고 말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특히 이 후보가 서울 강남 등에 아파트 4채, 상가 3채 등을 보유한 85억원 자산가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원 유세 중 이 후보를 두고 “여기서 이러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사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이 후보는 결국 29일 사과문을 내고 “민생을 모른다는 지적이 부당하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고 실수한 것을 사죄드린다”고 했다. 여당 관계자는 “85억 재산을 가진 유명 후보가 양손에 대파를 들고 퍼포먼스를 하는데 뉴스가 안 되는 게 이상하다”며 “국민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했다.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인 인요한 위원장도 ‘마피아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라디오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과 관련, “제가 뉴욕에서 4년 살았는데요. 마피아 조직도 아이하고 그 집안 부인하고는 안 건드린다”며 “다 지나간 일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이 많다. 우리끼리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선 “비판할 것은 딱 하나밖에 없다. 정이 너무 많으세요”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