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을’은 이번 총선에서 신설된 선거구다. 기존에는 북구와 강서구가 한데 묶여 ‘북·강서갑’과 ‘북·강서을’ 등 두개 선거구였는데, 최근 신도시 입주로 인구가 크게 증가한 강서구가 단독 선거구로 분리되고, 북구는 ‘북구갑’과 ‘북구을’로 나뉘었다. 신생 선거구인 만큼 여야는 각각 경제 관료와 구청장 출신 등 경쟁력 있는 인사를 내세웠다. 국민의힘에서는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낸 박성훈 후보를 내세웠고, 더불어민주당은 북구청장을 지낸 정명희 후보가 나선다.
양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 뒤치락 우세를 주고 받았다. 지난달 3월 18~19일 부산일보와 부산MBC 공동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박 후보가 45.6%, 정 후보가 44.1%로 박 후보가 1.5%p앞섰다. 반면 지난 1~2일 같은 기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정 후보가 48.7%로 박 후보(45.2%)보다 3.5%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정명희 “구청장 출신으로 지역 사정 누구보다 잘 알아”
정명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일 오후 북구 만덕1동 거리를 찾아 이곳의 여러 상점들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고깃집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1번으로 꼭 좀 부탁드립니다. 잘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한 시민은 직접 쌈을 정 후보의 입에 넣어주며 “못 먹고 다닐텐데 힘 내이소”라고 말했다. 고깃집에 이어 찾은 인테리어 가게 주인은 “사전투표로 벌써 1번 찍고 왔지. 만덕동은 분위기 좋다. 걱정하지 마라”며 정 후보를 응원했다.
정 후보는 부산대 제약학과를 졸업한 약사 출신이다. 부산시약사회 학술경영이사, 부산 중구약사회장 등을 역임하다 2014년 부산시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북구청장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2022년에는 오태원 국민의힘 후보에 밀리면서 구청장 재선에 실패했지만, 4년간 구청장으로 일하면서 지역민들에게 인지도를 쌓았다. 정 후보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지역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어야한다”면서 “북구청장을 지내며 지역의 여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내가 바로 적임자”라고 말했다. 또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며 “민주당이 부산에서 꼭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교육발전특구 지정’과 ‘일상이 예술이 되는 문화도시’, ‘경부선 도심구간 지하화로 광역전철 전환 추진 및 열차 증편・요금 인하’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 후보 지지자인 김상진(53)씨는 “정 후보의 구청장을 했던 경험이 북구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정신 좀 차려야한다”고 말했다.
◇박성훈 “청년·기업 떠나지 않는 부산 만들 것…북구에 뼈를 묻겠다”
박성훈 국민의힘 후보는 5일 오전 북구 금곡동 공창사회복지관 내 경로당을 찾았다. 식당에 모인 노인들이 “얼굴 참 잘 생깄네. 얼굴 잘 생긴 사람이 능력도 좋다 아이가”라고 하자 박 후보는 “얼굴보다 일 더 잘할 자신있습니다. 꼭 좀 도와주이소”라며 허리를 숙였다. 점심 시간이 되자 박 후보는 위생모를 쓰고 직접 쇠고기 뭇국을 배식했다. 박 후보가 주방을 찾자 한 조리사는 “걱정 마이소. 우리가 팍팍 밀어준다 아입니까”라며 “아침에 벌써 2번 뽑고 왔으예”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기획재정부 출신 경제 전문가로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냈다. 2022년엔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으로 화물연대 파업 사태 대응을 총괄했다. 박 후보는 “북구는 정말 할일이 많은 지역이다. 동부산에 비해 훨씬 발전이 더디다”며 “부산 18개 선거구 여야 후보 중 경제 관료 출신은 나 하나 뿐이다. 중앙 정부로부터 여러 예산 지원을 받아내 북구가 부산을 대표하는 명품 도시로 탈바꿈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북구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일할 것”이라며 “청년들과 좋은 기업들이 더는 부산을 떠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화명(만덕)~서면 간 직결 도시철도 신설’, ‘기업 협업 명문 자율형 공립고등학교 설립’, ‘교육 국제화특구 추진’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금곡동 주민 이설화(63)씨는 “북구가 정말 발전하기 위해선 일 잘하는 새 인물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에서 여러 일을 많이 맡아 본 사람이 지역 일꾼이 되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