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6일 진행된 4·10 총선 사전투표 현장에서 야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대파’와 ‘디올백’ 온라인 인증 행렬이 이어졌다. 중앙선관위가 사전투표소에 정치적 표현물로 간주될 수 있는 ‘대파’ 반입을 제한하자, 야권 지지자들은 “대파 인형은 괜찮냐” “대신 디올백을 가져가자”며 희화화했다.
7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투표소 앞에 대파 모양의 인형이 달린 가방을 들고 있거나, 대파 모양 머리끈을 하고 더불어민주당 상징의 파란색 점퍼를 입은 인증샷, 파란색으로 큼지막하게 ‘DIOR’이라고 쓴 흰 종이 가방을 들고 투표소에 들어간 사진 등이 잇따라 올라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이 같은 인증샷이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가 된 것이다.
야당도 이 같은 분위기를 적극 활용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7일 인천 계양 유세에서 “세계에서 인정받는 모범적 민주국가였는데 ‘입틀막’ ‘칼틀막’, 이제는 투표소에 파를 들고 가지 말라는 해괴한 ‘파틀막’까지 국민 자유와 인권이 현저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 성동구 유세에서도 “왜 대파를 갖고 투표소에 가면 안 되는지, 대파로 테러라도 한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용인 수지구 풍덕천사거리에서 지원 유세를 하던 중에는 대파·쪽파를 붙인 헬멧을 써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윤석열 정권을 겨냥해 “회초리를 들어서 안 되면 권력을 빼앗아야 한다”며 “충직하지 못한 일꾼은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이 대표는 선거 유세에서 ‘정권 심판론’ 차원에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윤 대통령 탄핵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간 조국혁신당 등 강성 소수 야당이 ‘탄핵론’을 앞세운 것과 달리, 민주당은 직접 이를 언급하는 건 자제해왔다. 선거 막판 야당 우세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우리는 왕을 뽑은 게 아니다. 주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일꾼은 해악”이라며 “주권을 포기하면 가장 저질의 인간에게 지배받는다고 플라톤이 말했다”고 했다.
‘대파 논란’에 가장 적극적으로 올라탄 것은 조국혁신당이다. 조국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자신이 지난 5일 윤 대통령과 같은 부산 명지1동 사전투표장에서 투표한 것을 거론하며 “부산 명지는 내가 태어나기 오래 전부터 대파 재배로 유명한 동네”라며 “윤 대통령은 그것을 모르고 명지를 선택했을 것이나 나는 마음속에 대파를 품고 투표했다. 대파 혁명!”이라고 썼다. 조 대표와 황운하 의원(비례대표 후보)은 6일 오전에는 대전 대흥동에서 대파와 디올백 모형을 들고 기자회견을 가졌고, 강릉 월화거리에서도 지지자들과 함께 대파·디올백 모형, 소품, 피켓 등을 들고 유세를 진행했다.
국민의힘도 역공에 나섰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부산 유세에서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물가를 저희가 더 잘했어야 한다.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했다”며 대파 논란에 사과하면서도, “일제 샴푸, 위조된 표창장, 법인카드, 여배우 사진을 들고 투표장에 가도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연상케하는 물품을 예시로 들며 맞대응한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클린선거본부는 선관위에 ‘투표소 입장 시 일제 샴푸, 초밥 도시락, 법인카드, 형수 욕설 녹음기, 위조된 표창장 등을 지참할 수 있느냐’고 질의하는 공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