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대출’(경기 안산갑 양문석 후보) ‘이대생 성 상납’(경기 수원정 김준혁 후보) 논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의 문제 후보들이 4·10 총선 완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은 “뛰고 있는 선수들을 뺄 수는 없다”(김부겸 공동상임선대위원장)는 식이지만, 당 지도부는 문제 후보들의 공천을 유지해도 원내 1당이라는 목표 달성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자정 기능 자체가 마비됐다는 지적과 함께, 22대 국회 출범 후에도 소속 의원의 각종 논란에 민주당이 눈감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달 ‘비명횡사’ 공천 파동 와중 ‘목발 경품’ 정봉주, ‘2차 가해 변호 논란’ 조수진 후보의 서울 강북을 공천을 2회 연속 취소했다. 해당 지역뿐 아니라 주변 강북·도봉·노원 지지층까지 흔들리면서 수도권 전체 선거를 좌우하는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당 차원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0억원대 강남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딸 명의로 새마을금고 사업자 대출 11억원을 받은 양문석 후보와 ‘박정희는 위안부와 섹스했을 것’ ‘이대 총장이 이대생을 성 상납’ 등 발언을 한 김준혁 후보 공천은 논란이 커지는데도 유지하고 있다.
양 후보는 청년층 반감이 큰 부동산 논란이라는 점에서, 김 후보는 핵심 지지층인 여성 비하적 발언이라는 점에서 정봉주·조수진 사건만큼 악성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심판론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전국 선거 이슈로 확대가 안 되고 있다”며 “양문석·김준혁이 좋아서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 싫어서 우리 당을 찍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지역구 후보들 사이에서 ‘우리도 다 죽게 생겼으니 조치를 취하라’는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두 후보의 공천이 확정되고 부동산·막말 논란이 점화될 때 민주당은 ‘비명횡사’ 국면을 수습해 단일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공천에서 탈락한 임종석 전 실장, 박용진 의원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지원 유세를 나섰고, 당 밖에선 조국혁신당이 약진했다. 민주당의 한 비명계 의원은 “‘정권 심판으로 대동단결’이라는 명분이 지금처럼 강력했던 적이 없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문제 후보들이 당선된다면 22대 국회의 혼란은 극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대 국회 민주당에선 부동산(김홍걸·양이원영·윤미향), 돈봉투(윤관석·이성만), 코인(김남국), 위장 탈당(민형배) 등 문제 의원이 속출했지만 출·탈당으로 ‘꼬리 자르기’에 급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당 관계자는 “논란이 있는데도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라며 맞선다면 도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양문석·김준혁 후보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양문석 후보는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유세 일정을 공개하지 않을 때가 많다. 지난 5일 오후 7시, 안산시 사동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양 후보가 유세를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유세차는 잠시 선거 운동을 하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본오동 선거사무소에 가보니 이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1시간가량 유세하고 사무소로 돌아간 것이다. 본지는 양 후보가 이날 어디서 어떻게 유세했는지 문의하려 수차례 전화했지만 끝까지 받지 않았다.
김준혁 후보는 논란 초반까진 이대생 성 접대 근거가 있다는 식의 반박문을 계속 올렸다. 하지만 최근엔 ‘정권 심판’ ‘투표 독려’ 같은 최소한의 공개 메시지만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김 후보가 “유치원 설립자와 교사를 친일파로 낙인찍어 명예를 훼손했다”며 8일 국회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김 후보가 2002년 저서에서 “친일파(이완용)가 만든 최초의 유치원이 경성유치원”이라며 “한유총은 정신적으로 경성유치원의 후예”라고 했다는 것이다. 탈북민 출신 이화여대 졸업생이자 김활란 장학생이었던 김다혜(44·청년박정희연구회2기 회장)씨도 이날 김 후보 사퇴를 촉구하며 민주당사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김 후보가 정조(正祖)의 후궁 원빈이 정조와의 무리한 성관계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한 과거 발언도 이날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전 유세에서 “엽기적인 성도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