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사전투표율이 31.28%로 역대 총선 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여야 유불리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치러진 6차례 총선에선 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의석을 더 많이 얻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높은 사전투표율이 일단은 야권에 호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픽=김현국

야권이 주목하는 부분은 최종 투표율이 민주당이 ‘180석 압승’을 거둔 2020년 총선 투표율 66.2%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77석 차 대승을 거둔 지난 총선의 사전투표율이 26.69%였는데,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은 이보다 4.59%포인트 높아졌다. 민주당은 최종 투표율이 70%를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총선이 전형적으로 분노한 야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응징 투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전투표에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 투표율이 많이 올랐다. 호남(광주·전남·전북)은 지난 총선·대선 때 이미 사전투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는데, 이번에 더욱 높아졌다. 광주·전남은 5%포인트 이상, 전북은 3.71%포인트 올랐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119석 중 103석(86.6%)을 가져간 수도권도 5%포인트 넘게 올랐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도 도봉·강동·중랑·강북·동대문구 등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에서 6%포인트 이상 상승이 나타났다. 반면 강남·서초구의 상승 폭은 3%포인트대로 가장 낮았고, 전국적으로도 대구·경북이 2%포인트대로 최저였다. 전국에서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 신안군으로 54.81%였고, 가장 낮은 곳은 대구 달성군으로 22.88%였다.

그래픽=김현국

여권에선 대구·경북 등 과거 사전투표율이 낮았던 지역에서도 사전투표율이 올랐다는 데 주목한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예전보다 덜 꺼리게 되면서, 득표 경쟁에서 보수 정당의 불리함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보수 진영의 (사전투표) 핸디캡이 일정 부분은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판단한다”면서도 “10일 본투표에 지지층을 최대 결집시키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높은 사전투표율은 일단 야권에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당초 사전투표율 목표치를 31.3%로 잡았는데, 이번 사전투표율이 31.28%로 거의 똑같이 나왔다. 사실상 소숫점까지 맞춘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단 우리 예측대로 되고 있다”며 “선거 결과도 우리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회사 관계자는 “투표율이 최고치로 올라가기 위해선, 2030세대의 투표 참여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며 “2030세대는 민주당 지지층은 아니지만, 정권 심판론엔 상당히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사전투표율이 크게 올라가는 것은 현 상황에서 민주당에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사전투표 자체가 60대 이상보다는 30~50대가 더 많이 참여하는 투표”라며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40·50대가 포함돼 있는 만큼, 사전투표로 나온 표는 민주당 표가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전투표율만으로 최종 투표율이나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사전투표율은 최종 투표율과 상관없이 경향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호남의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도 원래 있었던 현상”이라며 “이번 사전투표에 특이한 점은 없고 여야의 유불리를 말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최종 투표율에서 사전투표율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사전투표율이 올랐다고 최종 투표율이 오를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사전투표를 적게 한 영남 유권자들이 본투표를 많이 하면서 균형이 맞춰질 수도 있다”고 했다. 최병천 소장은 “중요한 것은 여야가 지지자를 마지막까지 얼마나 투표소로 끌어내느냐 하는 것”이라고 했다.